태국 치앙칸 여행, 옛 시간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

모래 속에서 찾은 진주 같은 여행지!

우리는 방비엥을 떠나 태국의 우돈타니로 향했다. 태국과 라오스의 접경지대에 있는 ‘치앙칸(Chiang Khan)’이라는 도시를 가려고 인터넷에서 알아본 결과, 방비엥에서 치앙칸까지 가는 가장 안전한 루트는 방비엥에서 우돈타니(Udon thani)까지 국제버스를 타고 우돈타니에서 다시 러이(Loei)로, 러이에서 치앙칸까지 썽태우를 타면 된다고 했다.

 

방비엥에서 우돈타니까지 가는 버스
라오스와 방비엥 사이의 국경, 농카이(Nongkhai)에서 태국 입국심사를 받는다.

 

방비엥에서 우돈타니까지 가는 데만도 하루가 소요되서 우리는 우돈타니에서 하룻밤 숙박하고 치앙칸에는 다음날 오후에나 도착할 수 있었다. 방비엥에서 치앙칸까지 꼬박 1박 2일이 걸린셈이다. (방콕에서 온다면 치앙칸까지 직통버스가 있고 혹은 러이까지 국내선을 탄 다음 러이에서 썽태우를 타고 들어오면 된다.)

러이에서 치앙칸까지 가는 썽태우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탔다. 아이와 함께 장을 본 아줌마도 타고 여행을 하는 듯 배낭을 멘 외국인도 타고, 오토바이도 타고. 처음엔 하하호호 함께 웃으며 탔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자 머리 위의 손잡이를 잡고 눈을 지그시 감고 멀미를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러이에서 치앙칸까지 가는 썽태우

 

게다가 썽태우가 트럭을 개조한 대중교통인지라 좌석의 쿠션감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의 먼지와 매연이 그대로 차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비 오는 날은 어떻게 타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 였다. 라오스에서 이동할 땐 도로의 흙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배낭을 포장할 용도로 준비했던 큰 봉투는 라오스에선 못 쓰고 되려 치앙칸 가는 길에 개시했다. 도착하고 보니 봉투 위에 흙먼지가 누렇게 내려 앉아있는 게 어휴-, 거울은 못봤지만 얼굴에선 구정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산한 거리에서 팔던 딸기 듬뿍! 딸기쥬스

 

낮의 치앙칸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우리로 말하자면 한옥이 모여있는 전주 같은 느낌일까, 치앙칸의 거리에는 옛날 느낌의 목조건물이 즐비했다. 그래서 외국인 여행자들은 힐링을 위해 ‘빠이’를 많이 찾지만, 태국 사람들은 힐링과 추억여행으로 치앙칸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외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태국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던 여행지였다.

 

 

치앙칸 시내에는 이런 느낌의 목조주택이 즐비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거리에 하나둘 노점이 들어서고 사람들도 슬그머니 나오기 시작했다.

 

낮에는 썰렁했던 치앙칸의 거리에도 밤이 찾아오면 백열등이 하나둘 켜지고 낮 동안 어디 있었는지 모를 사람들이 거리를 차곡차곡 채운다. 길지 않은 거리를 빼곡하게 채운 좌판들엔 익숙한 듯 낯선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하다. 방콕이나 치앙마이 같은 다른 곳의 야시장과 다른 점이라면 신기하게 튀기거나 볶는 음식들이 덜하고 찌거나 구운 음식들이 많았다. 태국의 어딜가나 어련히 있겠거니 싶은 팟타이나 카오팟 같은 음식은 보이질 않았고 작은 새우를 하나하나 꿰어 만든 꼬치나 소스를 살짝 발라 구운 찰밥꼬치, 찜통에 넣어 찐 어묵꼬치 같은 것들을 팔았다.

 

 

치앙칸의 거리에서 파는 갖가지 길거리 음식들
동네 아이들이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었다.
치앙칸의 수제맥주 펍. 메콩강의 일몰과 함께 즐기는 향긋한 에일맥주 한 잔!

 

길거리엔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나와 재롱잔치 같은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고 제법 노래를 하는 청년이 기타를 들고나와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중에 역시 시선을 끄는 것은 군데군데 복고풍으로 꾸며진 잡화점이나 카페들. 치앙칸은 묘한 동네였다. 태국의 오래된 가옥들이 즐비한 가운데 모던한 느낌의 호텔과 카페들도 있고, 그 자리에서 몇십 년은 영업한 듯한 음식점들이 있는가 하면 뜬금없이 이태원에 있을 법한 크래프트 펍도 있었다. 찾아오긴 힘들었지만 이렇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장소일 줄이야! 마치 모래 속에서 찾은 진주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가 묵었던 숙소. 나무로 된 실내에 빈티지한 소품들이 가득차있었다.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테라스. 바람을 쐬며 파인이와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옛날 느낌이 물씬 드는 목조가옥으로 1층은 작은 잡화점이 있었고 2층엔 숙소가 있었다. 우리가 묵던 때에는 손님이 우리뿐이라 큰 집을 우리가 전세 낸 것처럼 쓸 수 있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는 2층의 테라스. 헐렁한 듯한 안락의자에 앉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솔솔 느끼며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가곤 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사다 놓고 2층의 테라스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곤 했다. 숙소 주인인 ‘어이’ 언니는 원래 방콕 사람이지만 치앙칸이 좋아 치앙칸에 와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 어이 언니에겐 식구가 하나 있었는데 ‘파인’이라 부르는 귀여운 1살짜리 아기 고양이었다.

“이름이 파인이예요?”
“맞아요, 아임파인의 그 파인(Fine)이예요.”

 

 

어이 언니의 동거묘, 파인이.

 

아기 고양이 파인이는 1살짜리 답게 그야말로 똥꼬발랄해서 우리가 있으면 함께 놀아달라고 은근슬쩍 다가오곤 했다. 나도 파인이가 마음에 쏙,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파인이를 찾아 한 번 놀고 저녁에 들어와서 파인이를 찾아 또 놀곤 했다. 우리가 숙소에 머무는 동안엔 꼭 우리 고양이 같았던 파인이. 어이언니도 친절하고 파인이도 있어 너무 만족스러운 숙소였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숙소에 에어컨이 없단 사실이었다.

 

치앙칸 평점 높은 숙소 확인하기!

 

두번째로 옮긴 숙소는 메콩강이 시원하게 보였다.

 

그동안엔 에어컨이 없어도 밤엔 서늘해서 선풍기만으로도 꽤 괜찮았는데 태국도 어느덧 우기에 접어드는 시기라 그런지 너무 더워 밤엔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에어컨이 있는 숙소로 옮기기로! 우리는 일단 워크인으로 괜찮은 숙소들을 몇 개 점 찍어둔 뒤, 숙박 앱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꽤 괜찮은 가격에 메콩강이 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에어컨이 달린 숙소로 옮길 수 있었다. 파인이가 있는 숙소도 물론 너무 좋았지만 에어컨이 있는 리버뷰의 숙소는 또 다른 세계였다. 은은하게 지는 노을을 보고 있으면 강 너머 라오스에선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곤 했다.

 

 

메콩강에 날아가는 새들이 한 눈에 보인다. 강 건너편은 라오스.
메콩강의 찬란한 일몰

 

치앙칸의 모든 것은 이렇게 만족스러웠으나…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바로 방비엥에서 잘못 먹은 음식 때문인지 걸린 배탈이 좀처럼 낫질 않는 것. 덥고 끈적한데 배탈이 나서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한국에서 비상약으로 가져온 배탈약도 이미 다 먹어버린 지 오래였다. 배탈약은 사긴 해야겠는데 영어가 안통하는 동네라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퍽 난감했다.

하지만, 일단 바디랭귀지로 다 통하겠지! 약국 문을 용기 있게 벌컥 여니 약사 할아버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먼저 영어로 배탈약을 달라고 했지만 역시 통하진 않았고, 배를 감싸 쥐고 얼굴을 있는 힘껏 찌푸렸다. 그리고 좀 더 확실하게 얼마 전에 받은 태국어 앱을 켜고 ‘배’라는 단어와 ‘아프다’는 단어를 가리키니 할아버지가 하하하- 웃더니 배탈약으로 보이는 약을 건네주었다. 둘 다 갑작스레 닥친 미션을 해결한 느낌으로 ‘코쿤캅’, ‘코쿤카’.

 

 

사원 앞에서 전통악기의 반주에 맞춰 무용을 연습하고 있었다.

 

문득, 치앙칸이라는 여행지를 검색하다 본 글이 생각났다. 나보다 더 일찍 치앙칸을 방문했던 그 사람은 치앙칸에서의 시간이 너무너무 좋아 한국에서도 그리워하다 몇 년 후에 다시 치앙칸을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즐거웠던 추억이 있던 장소는 사라지고, 그 장소에 함께 했던 사람 또한 치앙칸을 떠나 찾을 수가 없어 자신의 추억과 너무 달라진 그 모습에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고 했었다.

 

 

언젠가 다시 찾을 날을 그리며. 안녕, 치앙칸.

 

하지만 나도 그 기분을 이제는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치앙칸을 떠나는 날, 나와 남편은 우리의 짧은 추억이 어려있는 치앙칸 거리를 하나하나 눈에 천천히 담으며 걸어 다녔다. 차분하게 노을이 지는 메콩강 변,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끼니를 떼우러 갔던 죽집, 어이 언니와 파인이가 사는 게스트하우스, 배탈이 난 나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지나갈 때마다 인사해주던 약국 아저씨. 나의 치앙칸은 추억 속에서 메콩강의 노을색 처럼 남아있다. 다시 치앙칸을 찾을 땐 많은 것이 변해있겠지. 그 때의 나는 엉엉 울까, 아님 함박 웃을까.

 

‘치앙칸’ 인기 숙소 가격 보기!

 


 

  • 동남아시아 여행, 다른 이야기 보기
랑카위 여행,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동남아 여행지
태국 끄라비 여행, 태국과의 요란한 첫만남!
치앙마이에서 꼭 해야할 필수코스 2가지!
태국 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거운 도시!
태국 난 여행, ‘어서와, 난은 처음이지?’ 비밀스러운 여행지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볼거리 먹거리 넘치는 매력만점 여행지!
라오스 방비엥 여행, 청춘들이 쉬어가는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