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터라켄 여행, 융프라우에서 보낸 하루

“스위스에 왔으니 퐁듀나 먹어보는 건 어때?”
“근데 그 퐁듀라는 게, 결국 치즈 녹여서 빵 찍어 먹는 건데.”
“으… 맛은 알 것 같은데 치즈를 좋아하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한국에서 저렴하게 사 온 유레일 셀렉트패스의 유효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럽을 기차로 여행해야 하는데, 기차를 타고 어느 나라를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를 거쳐 독일 북부를 갈 계획을 세웠다.

 

셀렉트패스이지만 나이 때문에 유스를 못사서 피치못하게 1등석만 타야했다. 하지만 편하고 좋네!

 

스위스는 항상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스트로 뽑는 유럽 여행지 중 하나인데, 이상하게도 내게는 스위스가 그렇게 끌리는 나라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물가가 비싸다고 하니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유럽의 이 나라 저 나라를 가면서도 유럽의 가운데에 있는 스위스는 쏙! 빼놓고 주변 나라들만 가곤 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스위스를 다녀온 사람들이 멋진 자연에 찬사를 보내니까, 왠지 ‘그렇게 멋진가?’ 하는 생각에 이번엔 가보기로 했다. 스위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위스는 꼭 한 번은 가볼 만 한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물가 대비 너무 비싼 스위스의 물가엔 살이 떨리지만.

 

 

한적한 인터라켄 시내. 유명세치고는 매우 한산한 느낌이었다.

 

남편은 친구와 스위스에 와 본 적이 있지만 나는 처음이다. 스위스에서 알프스를 구경하려면 융프라우를 안 가볼 수 없지. 융프라우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지만 주로 우리처럼 유레일패스를 사용해 이동하는 사람들은 인터라켄에 숙소를 잡고 움직이곤 한다. 유레일을 이용해 무료로 올 수 있는 ‘융프라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가 인터라켄이기 때문이다.

인터라켄은 그렇게 유명세를 치르는 마을치고는 굉장히 작고 조용했다. 서역에서 동역까지 슬렁슬렁 산책을 다녀와 봤지만 조용한 마을에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하늘에서 빙글빙글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들뿐. 물가가 얼마나 비싼가 싶어 맥도날드를 들어가 봤는데 말로만 듣던 빅맥 가격에 놀라서 다시 나왔다. 어쩔수 없이 식사는 케밥으로 떼워야겠네.

 

 

조용한 인터라켄 시내를 조용히 빙글빙글 가로지르며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
스위스하면 치즈! 퐁듀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이번 방문에는 먹어보지 못했다.

 

우리의 계획은 밀라노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맡기고 서둘러 융프라우까지 다녀오겠다는 야침찬 계획이었지만 계획처럼 시간이 딱딱 들어맞아 떨어질리가 없었다. 결국, 숙박을 하루 연장하고 다음 날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열차 시간표만 보면 가능할 것 같은 계획이었는데 말이지.

보통 융프라우에 올라갈 때는 융프라우를 기점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방법으로 여행을 하곤 한다. 마치 지하철 2호선마냥. 우리는 기차 시간표를 보고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을 출발해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heidegg)-융프라우(Jungfraujoch)-그린델발트(Grindelwald)를 거쳐 다시 인터라켄 동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일정을 짰다. 남편은 융프라우에 와본 적이 있어서 한 번 와본 사람이 그래도 낫겠지… 싶어 일정을 일임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전에 여행 왔을 때의 기억은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새로워했다.
한 번 와봤다고 지루해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인 걸지.

 

 

인터라켄 동역. 융프라우를 가는 기차는 동역에서만 다닌다.
유레일을 사용할 수 없는 구간이라는 안내가 있다. 유레일이 있어도 융프라우 기차표는 별도로 구매해야한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융프라우까지는 총 2번의 기차를 타게 되는데 라우터브루넨까지는 베르너오버란트(BernerOberland)라는 기차를 이용했다. 오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관광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현지인들은 스키를 타러 많이 올라가는 곳인지 열차칸 안에 스키 장비 등의 커다란 장비를 따로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쉽게 탑승할 수 있게 장애물이 없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라우터브루넨에서 다시 벵게른알프철도(Wengernalpbahn)로 갈아타서 클라이네샤이덱으로 향한다.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표를 구매하니 함께 준 융프라우 기념여권. 한국어로 된 것을 줬다.
노약자나 장애인 역시 어려움 없이 탈 수 있게 되어있는 기차.
라우터브루넨의 폭포. 기차에서 멀리 보이는 폭포가 멋있어서 동네구경을 하기 위해 내렸는데 역시나 유명한 폭포였다.

 

벵게른알프철도가 베르너오버란트와 달랐던 점은 경사진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는 열차라 그런지 마주 보는 의자들이 대각선으로 어긋나 있었던 점이었다. 기차가 경사진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자 풍경도 휙휙 바뀌었다. 어느새 드문드문 보이던 눈 속에 파묻힌 집들도 없어지고 첨예한 봉우리 사이 쏟아질락 말락 하는 눈더미들이 눈을 가득채우기 시작했다. 눈의 끝에서 클라이네샤이덱에 도착하고 나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완전 스키장이잖아?” 기차역인데, 분명 기차역인데 역에 마련된 식당 공간에선 사람들이 스키복을 차려입고 식사를 하고 있고 여기저기 스키를 놓아둘 수 있는 거치대들이 있었다. 와, 여기는 스키 명소였던 거구나.

 

 

경사를 오르는 기차라서 그런지 약간 기울어져있는 의자
겨울철의 스키장같은 클라이네샤이덱 역의 풍경

 

클라이네샤이덱에서도 잠깐 기다렸다가 융프라우기차(Jungfraubahn)으로 갈아타면 드디어 융프라우에 오를 수가 있다. 중간에 잠깐 전망대에 들르는 융프라우 기차는 융프라우 역에 도착해 관광객을 와르르 쏟아냈다. 이전의 기차에는 스키어들과 관광객이 혼재되어 있었지만 이 기차엔 온전히 전망대까지 오르는 관광객들만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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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을 뚫어만든 선로로 다니는 융프라우 기차. 일정 구간을 통과하면 계속 터널로만 기차가 다닌다.
융프라우에 도착하면 먼저 보이는 메세지.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
언제 이렇게 올라왔나 싶게 산 밑이 까마득하게 아래로 보인다.

 

융프라우 역에 도착하니 ‘Top of Europe’이라고 써져있는 간판이 우리를 반긴다. 사실 알프스의 최고봉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몽블랑(Mont Blanc)이지만 이름만 봐서는 마치 유럽 최고봉에 내가 우뚝 서 있는 것 같다. (유럽 최고봉은 러시아에 있다)하지만 이렇게 높은 곳인데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올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높은 곳이라 물론 고산병을 조심해야 하지만 혈압만 주의한다면 호호할머니 할아버지도 무리 없이 올 수 있을 정도로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하나도 없다니. 도착해서도 지하로 뚫린 전시관 통로를 이용해 이동하니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겨울의 알프스’를 테마로 한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융프라우 정상엔 관람에 편리하게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융프라우 안의 이동도 지하 통로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아, 예전에 왔을 때 하이킹해서 웬 산장같은 곳에 가서 맥주랑 소세지를 먹고 돌아왔었어!”
“맥주!! 소세지!!”

여태까지 융프라우 왔던 기억은 거의 못 하던 남편이 가까스로 끄집어낸 기억은 친구와 함께 산장 같은 곳에서 맥주를 마신 것이었다. 남편의 기억을 더듬어 하이킹 할 수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갔지만,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아 안전선으로 더이상 나갈 수 없게 막혀있었다. 그때도 눈이 있었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밟을 수 있는 장소들은 모두 눈이 다져져 있어 푹신한 하얀 눈밭을 한번 밟아보고 싶기도 했고 알프스의 산장에서 마시는 맥주 맛도 궁금했는데. 아쉬워라.

 

 

예전에 하이킹했다고 하는 곳으로 나와보니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있어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안전 때문에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결국 하이킹은 실패.
융프라우에서 인터라켄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융프라우에서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 길엔 그린델발트를 들렀다 갔다. 올라갈 때 들렀던 라우터브루넨 마을보다는 그린델발트가 훨씬 규모가 커 보였다. 스포츠용품을 파는 상점, 호텔, 음식점, 카페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스키장비를 들고 기차를 탄 대부분의 사람이 그린델발트에서 내렸다. 마을 구경을 기웃기웃하다 보니 스키 여행을 온 사람들이 체류하는 동네인 듯, 꼭 마치 겨울철의 평창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클라이네샤이덱 역에서 스키로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
그린델발트. 스키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이 묵는 마을인 듯, 여러 편의시설이 있었다.
융프라우 관광을 마치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져간다.

 

아침에 인터라켄 동역을 출발, 라우터브루넨을 거쳐 융프라우 정상을 돌고 그린델발트를 구경하고 다시 인터라켄 동역으로 돌아왔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제대로 관광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 왠지 뿌듯했다. 이렇게 물가 비싼 나라에선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만 본전을 뽑는 느낌이랄까? 물론 좀 더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에 융프라우 구경하고 오후엔 패러글라이딩까지 한다고 하던데… 느긋느긋 우리 둘에게는 이 정도로도 매우 알찬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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