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 마법의 도시, 포르투갈 포르투 여행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도시 포르투

한정된 시간 안에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스페인은 과감하게 건너뛰기로 결정하고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에서 곧장 포르투갈의 포르투(Porto)로 넘어왔다.

약 766km, 7시간이 넘는 운전시간.

오랜 여행에 지쳤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너무나 긴 운전 시간이 문제였을까? 포르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크게 싸우고 말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을 알리는 표지판

 

“포르투에만 일주일씩 있는다던데 우리는 고작 3일밖에 못 있어. 그나마도 어제는 운전해오느라 시간 다 써버려서 오늘 내일밖에 없잖아. 포르투에 왔음 포트와인도 마셔봐야 하는데. 프란세지냐 같은 음식도 먹어봐야 하구. 그리고 대구로 만든 음식이 맛있대!”

포르투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쫑알쫑알 쏟아냈는데 남편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나 보다. 아마도 나는 낭만적인 포르투의 야경을 보면서 저녁에 외식 한 번 하자고 했을 거고, 남편은 줄어가는 잔고를 보며 현실적인 대답을 했을 것이다.

 

 

아기자기한 포르투 올드시티의 풍경
야경이 이렇게 예쁜데! 히베이라 거리에서 바라본 동 루이스 다리.

 

지금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다퉜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화나서 쿵쿵 내딛던 내 발걸음과 우중충한 포르투의 야경. 뭐야, 누가 그랬어. 포르투에서 사랑에 빠진다고요?

 

 

야외 자리에서 외식하는 사람들 쳐다만 봤다.

 

그날 밤은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혼자서 등 돌리고 흥칫풋,을 연신 외쳤다. ‘돈 아낀다고 숙소도 이렇게 외곽에 잡았는데. 외식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큰돈을 쓰는 것도 아니구.’

하지만 여행 중엔 싸워도 관광은 해야 한다. 만약 삐져서 하루를 그냥 날려버린다면 정말 나중에 자다가도 생각나서 이불을 뻥 차버릴지도 모르니까.

 

 

동 루이스 다리를 다리로 건너서 포트와인 한 잔

비가 오고 우중충했던 첫날과는 달리 날이 개어 파란 하늘 아래의 포르투는 반짝반짝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중충한 회색빛 속의 포르투는 심드렁했는데, 날이 개니 비로소 아줄레주(Azulejo)로 장식된 알록달록한 건물들의 외벽도 눈에 들어오고 이제야 도루강을 가로지르는 동 루이스 다리(Ponte D. Luís)도 예뻐 보였다.

 

우중충한 날의 동 루이스 다리.

 

동 루이스 다리는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해서 그런지 에펠탑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데, 사실 처음 봤을 땐 묘하게 에펠탑 짝퉁 같기도 하고 그냥 철근 덩어리 같기도 하고 암튼 그저 그랬다. 에펠탑을 싫어했다던 모파상이 이런 기분이었겠지?

 

 

2층은 전철과 사람이, 1층은 자동차와 작은 통로로 사람이 건널 수 있다.

 

어쨌든 간에 파리의 에펠탑이 그렇듯- 이제 포르투를 상징하는 다리이기도 하고, 굳이 나쁘게 볼 것도 없고. 1층은 자동차, 2층은 전철이 다니는 기묘한 생김새도 도루강을 지나는 다른 다리에 비하면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있어서 인간 친화적으로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다리 위로 전철이 다니긴 하지만 그리 긴 거리는 아니고 높은 곳에서 포르투의 전경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도보로 건너는 것을 추천한다.

 

 

동 루이스 다리 건너 포루트 와이너리 표지판

 

동 루이스 다리는 포르투의 옛 시가지와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을 잇는다. 밤에 구시가 쪽 히베이라 광장에서 반대편인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쪽을 바라보면 건물 사이사이로 사람 이름인지, 브랜드명인지 알 수 없는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바로 포트와인 와이너리들의 간판이다.

포르투는 포트와인의 본고장이다. 포트와인은 백년전쟁으로 프랑스와 외교가 단절된 영국인들이 새로운 와인 산지를 찾다가 포르투갈의 ‘도루 밸리(Douro Valley)’를 찾아내어 만들어진 와인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 험난한 뱃길을 견디지 못한 와인을 못 먹게 되자 사람들은 운반 과정에서 와인이 변질되지 않게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인 새로운 ‘포트와인’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포트와인들.

 

그래서 포트와인은 도루 밸리에서 만들어져 포르투에서 브랜디를 첨가하여 숙성한 뒤 영국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와인은 마시고 싶은데 프랑스산은 싫으니 새로운 와인을 만들어버리고 머나먼 인도에서 맥주 마시려고 IPA를 만들어버린 영국인들, 대단하다 대단해.

 

 

마법에 걸린 서점과 조각들이 살아있는 성당

포트와인 말고도 포르투엔 영국이 낳은 걸출한 스타가 또 하나 있다. 어린 시절 다들 한 번씩은 외쳐봤을 ‘익스펙토 패트로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온 도서관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렐루 서점(Livraria Lello)’.

 

아르누보 양식으로 꾸며진 화려한 외관의 렐루 서점

 

아르누보 양식으로 만들어졌다는데, 하얀 빛의 외부도 아름답지만 나무로 꾸며진 실내는 해리포터의 세계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다. 아니지, 솔직히 해리포터를 이 서점에서 떠올렸다니까 서점이 우선이지. 영화에서 포르투의 향기가 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쭉 뻗은 갈색빛 나무 기둥 사이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과 아름다운 장식의 천장, 그리고 독특한 형태의 계단까지.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본 것은 여기까지.

굳이 해리포터가 아니었어도 유명세를 치렀을 서점 같지만 현재는 내부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따로 입장료를 받을 정도다.

 

 

폐점 후, 사람이 없는 서점을 들여다봤다.

 

책을 사면 입장료만큼을 빼준다고 하는데 그나마도 서점에 입장하기 위해선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들어가야 한다길래 나는 그냥 저녁에 갔다. 물론 유명한 계단 위에서 인증샷을 남기진 못했지만 사람이 없는 한산한 모습의 서점을 입구에서 슬쩍 볼 수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서점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서점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지만 책을 구매하면 입장료만큼을 빼주는 덕분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렐루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다고 한다. 단점을 상쇄하는 장점이랄까? 그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포르투의 추억이자 마음의 양식으로 자리하겠지.

 

 

렐루 서점에서 가까운 클레리고스 성당
클레리고스 종탑 – 성당은 입장 무료지만 종탑은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종탑에서 내려다본 포르투 시내. 강 건너 와이너리들이 즐비한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역이 보이고, 왼쪽으로 언덕 위에 우뚝 솟은 포르투 대성당이 보인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렐루 서점을 지나쳐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무심한 듯이 포르투 시내를 내려다보는 클레리고스 성당(Igreja dos Clérigos)이 나오는데 이 성당에 딸려있는 종탑에서 포르투 시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좁은 통로를 걸어 올라야 종탑의 꼭대기에 도착하는데, 내려올 때는 종교적인 조각들이나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 볼 수 있는 전시실을 통과했다.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조각. 조각과 채색이 섬세하게 되어 있었다.

 

유럽여행을 할 때 흔히 보는 조각들은 대부분 대리석이었는데 포르투에서 만나는 조각들은 특이하게도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았다. 또 거기에 채색을 해서 좀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들은 성스러운 느낌도 들기도 했지만 약간 으스스 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황금빛 제단의 성인들과 예수의 조각.

 

성당 내부의 화려한 금빛으로 치장된 제단엔 성인들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천으로 된 옷을 입혀둔데다 조각의 표정마저 리얼해서 정말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게다가 그 아래엔 방금 십자가에서 내려진 듯한 예수의 조각이 관 안에 들어있었다.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조각들의 모습을 보며 성당을 방문한 신도들은 성경의 말씀을 더욱더 마음속으로 새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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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선 스쳐 지나가는 건물벽도 유심히 봐주세요

포르투의 아줄레주는 유난히 멋스러운 것 같다.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것 같은 건물이라도 아줄레주만은 예쁘고 반질반질하게 광이 난다.

 

아줄레주로 꾸며진 포르투의 길거리

 

도자기 타일로 만든 ‘아줄레주(Azulejo)’는 ‘광택을 낸 돌멩이’라는 뜻의 아랍어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름처럼 아랍문화권의 타일 장식에 영향을 받은 것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념품인 자석도 아줄레주로 만들어졌다.

 

포르투 시내를 다니면 아줄레주로 장식된 예쁜 건물들도 많이 볼 수 있고 기념품 가게에서도 아줄레주를 이용한 기념품들을 많이 팔지만 크고, 거대한 아줄레주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상 벤투(São Bento)역’으로 가면 된다. 상 벤투역 안에는 포르투갈의 역사를 표현한 아줄레주가 있는데, 기차역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상 벤투역의 아줄레주

 

여행을 하며 이런저런 기차역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기차역은 손에 꼽을 것 같다. 베이지 빛 대리석 사이를 메우고 있는 흰 타일과 파란 그림은 마치 도자기에 새겨진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내게는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독특한 풍경으로 느껴졌다.

또 다른 아줄레주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복작복작한 볼량시장(Mercado do Bolhão)을 지나 거리의 끝에 있는 산투 알폰소 성당(Igreja de santo ildefonso).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는 성당의 정면은 조각상들이 줄지어 서있는 다른 나라 성당들에 비해 단순한 모습이었지만 파란빛 아줄레주 때문에 화려해 보였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거리.
산투 알폰소 성당. 건물 외벽이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다.

 

아줄레주를 가득 메우는 아라베스크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이 신비로워 보이기도 하고, 코발트 빛의 파란색과 개나리빛 노란색의 타일들이 너무 예뻐서 기념품으로 사 오고 싶었지만 긴 여행에 부담될까봐 아쉽게도 구매하지 못했다.

 

 

리베르다데 광장
알록달록한 포르투를 그린 그림

 

기념품 가게에 알파벳이 새겨진 타일을 팔고 있었는데 딱 이름에 맞춰 하나씩 알파벳 타일을 사 왔음 좋았을걸. 혹은 유치하지만 ‘스윗홈’ 이라던가. 꼭 언젠간 아줄레주 쇼핑을 위한 포르투 여행을 다시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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