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에서 피오르를 감상하는 법, ‘노르웨이 인 어 넛셀’ 투어

노르웨이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스타방에르를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계절의 영향 탓인지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뚜렷해서, 비수기에는 운행하지 않는 구간도 있었다. 원래는 베르겐(Bergen)에서 송네 피오르(Sognefjord)를 구경한 뒤, 게리랑게르(Geiranger)로 가서 게리랑게르 피오르도 구경하고, 트롤스팅엔(Trollstigen)에서 멋진 노르웨이의 자연을 구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타방에르에서 베르겐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루트는 아침 7시에 출발하는 페리뿐이었다. 버스도 비수기라 그런지 다니지 않았고, 시내의 페리 터미널에서 다니는 페리 또한 운영하지 않았다. 오로지 베르겐을 갈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시 외곽에 위치한 페리 터미널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배 뿐! 문제는 오전 7시엔 페리 터미널로 가는 대중교통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어마어마한 택시비를 지불하고 페리 터미널까지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오는데도 곡절이 많았는데 나가는데도 힘들었던 스타방에르…

 

베르겐의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이 크긴 했지만 방은 정말 너무 작았다.
계획했던 것보다 현지사정이 따라주지 않아서 베르겐에 도착하자마자 카페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루트를 급하게 수정했다.

 

비몽사몽간에 페리를 타고 베르겐에 도착해 베르겐 이후의 루트를 점검해보는데 우리가 가고 싶었던 게리랑게르 피오르, 이른바 ‘골든루트’를 관광하기 위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버스가 운행하지 않았고, 렌트를 해서라도 가볼까 고민했지만 아찔한 도로를 올라가면 보이는 풍경으로 유명한 트롤스팅엔은 폐쇄되어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도로가 험준해서 그런지 여름 성수기에만 오픈하는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루트를 대폭 수정해서 베르겐을 관광한 뒤, 노르웨이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바이킹의 용맹한 기상이 보이는 동상들
베르겐 어시장. 우리나라 수산시장을 생각하면 소박한 분위기지만 나름 한자동맹 시절부터 이어져왔다고 한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로 볼 것 또한 많은 도시이며 우리 같은 관광객들은 송네 피오르를 둘러보는 ‘넛셀프로그램(Norway in a nutshell)’으로 관광하기 위해 들르는 도시이다.

역사적으로는 특히 한자동맹의 중심 같은 도시로, 추위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무역으로 한 축을 담당했던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리겐(Bryggen)역사지구는 한자동맹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 어림짐작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다. 목조로 지어진 브리겐의 집들은 따닥따닥 붙어있는데, 대형화재를 한 번 겪은 뒤 내부에선 절대 불을 필 수 없게 했다고 한다. 대신, 따로 기숙사같이 불을 지필 수 있는 공간에서 잠을 자고 식사하는 등 생활을 했다고. 베르겐에는 한자동맹을 기념한 박물관이 있는데 그 당시 무역이 어떻게 이뤄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볼 수 있어 꽤 재미있었다.

 

 

브리겐 역사지구. 귀여운 나무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베르겐의 저녁 풍경

 

날이 밝아 드디어 기대하던 피오르를 구경 가는 날! 흔히 말하는 ‘넛셀프로그램(Norway in a nutshell)’은 노르웨이 관광청에서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구간을 한 번에 묶어서 관광상품화 시킨 것이다. 베르겐에서 보스까지 기차를 타고, 보스에서 구드방옌(Gudvangen)은 버스를 타고, 이어서 플롬(Flåm)까지 페리를 탄 다음 플롬에서 기차로 갈아타 뮈르달(Myrdal)을 거쳐 베르겐으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송네피오르의 지류인 내뢰위피오르(Nærøyfjord)와 에울란피오르(Aurlandsfjord)를 돌아보는 여정인데, 폭이 가장 좁은 피오르로 유명한 내로위피오르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아렌델왕국의 모티브라고 한다.

우리는 ‘넛셀 프로그램’을 예약할까 하다가, 조금 수고스러워도 프로그램과 똑같은 여정을 따로따로 예매하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참고하여 프로그램과 같은 루트를 각각 발권했다.

 

 

송네피오르드를 가기 위한 첫 여정! 보스(VOSS)까지 타고 갈 기차표를 발권하는 중
보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현지인들은 스키 여행으로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았다.

 

베르겐 기차역에도 겨울철 스키어들을 위한 기차 정기권 같은 걸 팔기도 했는데 보스까지 가는 기차 안은 스키여행을 가는 듯 스키 장비를 가득 실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구드방옌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보스를 잠시 돌아볼 수 있었는데, 큰 호텔이 하나 있는 것 외에는 정말 작은 동네였다.

 

 

한적한 보스의 풍경
보스를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서 한 컷!
구드방옌으로 가는 950번 버스. 대부분 관광객들이 탔다.

 

우리가 예약한 기차는 넛셀프로그램으로 탈 수 있는 기차보다 보스에 도착하는 시간이 빨라서 버스가 오기 전까지 정류장 근처도 돌아다녀 볼 수 있었고,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재빠르게 앞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넛셀프로그램의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로 보스 역을 빠져나와 금세 버스 타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구드방옌까지 약 한 시간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새 눈이 쌓여있는 산으로 바뀌었고, 구드방옌에 도착하니 약간 쌀쌀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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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방옌의 풍경. 역시 몇몇 숙박시설을 제외하곤 썰렁한 느낌이었다.
거울같이 잔잔한 내뢰위피오르
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구드방옌에선 페리를 타고 플롬으로 이동하는데, 페리가 오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거나 쉬는 모양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아침도 못 먹고 왔기 때문에 아점과 이른 저녁을 때울 모양으로 샌드위치를 챙겨왔기 때문에 피오르의 고요한 풍경을 보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노르웨이는 워낙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외식 한 번 하려고 해도 손이 덜덜덜 떨리는데 우리가 묵은 대부분의 숙소에는 항상 오븐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굽지 않은 빵 생지를 사 와서 (구운 빵보다 저렴하다) 오븐에 굽고, 그 안에 조금의 야채, 오이, 치즈와 달걀을 넣어서 거대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끼니를 떼우곤 했다. 어차피 노르웨이에서 사 먹는 외식이 딱히 엄청나게 맛있는 게 많지는 않아서 샌드위치를 먹어도 질리지는 않았다.

 

 

플롬으로 가는 페리
송네피오르의 지류인 내뢰위피오르와 에울란피오르를 거쳐 플롬으로 간다.

 

샌드위치를 먹고 관광상품점에서 좀 구경하다가, 페리 탈 시간이 되어 선착장으로 가 페리를 탔다. 아무래도 관광상품으로 유명한 루트의 페리여서 그런지 페리 안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는데, 특히 우리와 같은 동양인들이 많이 탑승했다. 약간 춥기도 하고 빈속에 기차와 버스를 연달아 타고 와서 그런지 속이 좋지 않아 페리 안의 대합실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창밖을 구경하고 있는데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속이 더 울렁거리게 음식 냄새가 퍼져왔다. 페리 안엔 매점이 있어 외부 음식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우리처럼 알뜰한 관광객들인지 이것저것 음식을 싸와서 페리 안에 늘어놓고 먹는 바람에 독특한 향신료 내가 물씬 나는 음식 냄새가 가득 차 버렸다.

워낙 자주 있는 일인지 외부 음식이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은 관광객들을 말리지 않았고, 독특한 향신료 냄새 때문에 속이 더 울렁거려서 할 수 없이 페리 밖으로 나와버렸다.

 

 

잔잔한 피오르의 풍경

 

그런데 웬걸, 춥고 속이 안 좋아 안으로 들어간 것이었는데 밖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따끈한 기운이 감도는 데다 너무 쾌적했다! 진작 밖으로 나와있을걸. 안에서 보는 것보다 풍경도 더욱 다채로웠고. 날씨가 아주 좋지 않다면 플롬으로 가는 페리에선 꼭 밖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우리를 뮈르달로 데리고 갈 기차가 미리 와있는 플롬. 역시나 이 마을도 작다.

 

천천히 페리를 타고 도착한 플롬. 여기도 역시나 작은 마을로, 관광이 아니면 이 작은 마을에 누가 찾아올까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고요한 곳이었다. 플롬에선 기차를 타고 산 중간에 있는 뮈르달이라는 마을로 올라가 기차를 한 번 갈아탄 뒤 다시 베르겐으로 복귀한다. 보통 일정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 루트의 한마을에서 하루 정도 머물면서 피오르를 좀 더 둘러본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땐 눈이 많아 어려웠지만 여름에는 근처 피오르를 트래킹 하기도 하면서 머무르는 듯했다.

플롬에선 초록색의 예쁜 플롬스바나(Flåmsbana)라고 불리는 산악열차를 타고 뮈르달로 올라가게 되는데, 중간에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잠시 정차하고 다시 뮈르달로 향한다. 이 폭포는 효스폭포(Kjosfossen)이라 부르는데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들이 플롬스바나에서 내리면 폭포 중간 바위에서 요정 같은 여인이 나타나 노래를 불러주고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는 추워서인지 아쉽게도 그런 이벤트는 볼 수 없었다.

 

 

중간에 폭포를 구경 하라고 잠시 멈추는 구간. 눈이 없을 땐 폭포 어귀에서 사람이 나와 노래도 불러준다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땐 그런 이벤트가 없었다.
뮈르달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베르겐으로 가는 길, 산 속 깉은 곳인지 눈이 한가득 쌓여 아직도 녹지 않고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넛셀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 알차게 송네피오르를 한 바퀴 돌고 베르겐으로 돌아왔다. 구드방옌이나 플롬에서 본 숙소들에 하룻밤 묵었으면 좋았을걸. 정말 주변이 아무런 소음 없이 자연의 소리만 가득해, 밤에는 불빛 하나 없이 초롱초롱한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웅장한 피오르의 품 속에서.

다음에 간다면 꼭, 한 번 하룻밤 숙박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만약 내 주변의 사람이 베르겐에서 ‘넛셀프로그램’을 간다고 하면 중간의 한마을에서 1박을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베르겐으로 돌아오니 이미 어둑어둑 해가 져가는 시간이었지만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긴 아쉬워 과감하게 플뢰엔(Fløyen)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플뢰엔 산에 쉽게 올라가는 법 – 등산열차를 탄다.
하지만 우리는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간에 급격하게 해가 져버려서 올라가면 뭐가 보이려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왕 올라간 것 열심히 올라가 보기로 했다. 베르겐을 내려다보는 느낌의 플뢰엔 산은, 우리 같은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저녁 산책 삼아, 운동삼아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았다.

 

 

플뢰엔 산에서 내려다 본 베르겐의 야경.

 

플뢰엔 산은 약 320m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으로 분명 인터넷엔 올라가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그것보단 더 걸렸던 것 같다. 누가 10분이 걸린다고…? 축지법을 썼나? 그건 등산열차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이겠지…? 해 질 무렵 등산을 시작했는데 정상에 도착해보니 이미 해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간 뒤였다. 살짝 흐린 날씨로 구름이 낀 베르겐은 도로에 주황빛 가로등들이 불이 들어와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멋진 풍경이었다.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일 텐데, 북위 60도로 북반구에 속하는 노르웨이의 베르겐은 여름철이면 해가 자정까지도 지지 않아 환하다고 한다. 오히려 비수기라 갈 수 없는 곳, 할 수 없는 것이 많아 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등 여러모로 여행이 아쉽긴 했지만 이런 야경도 이런 계절이라 맛볼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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