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북쪽 끝, 노르카프와 북극의 도시, 스발바르 여행

비성수기의 노르웨이는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교통수단이 여의치 않았다. 베르겐의 카페에 앉아 루트를 전면 수정하면서 정보를 알아보다 보니 괜히 오기가 생겨 ‘이왕 가보는 거 최북단을 찍고 오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세상의 끝’이라는 노르카프(Nordkapp)과 스발바르 제도(Svalbard).

 

베르겐에서 트론헤임까지 버스를 타고 14시간을 이동했다. 너무 피곤해서 불편한줄도 모르고 버스에서 까무룩 졸았더니 버스기사 아저씨가 바뀌어있었다.

 

우선 두 곳을 가기 위해선 노르웨이 북쪽의 도시 ‘트롬쇠(Tromsø)’로 이동해야 했는데, 이동시간만 36시간 정도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베르겐에서 트론헤임(Trondheim)까지 야간버스를 타고 14시간 동안 이동해서 다시 보되(Bodø)까지 기차를 타고 10시간. 베르겐에서 오후 4시 반에 출발했는데 보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꼬박 하루를 이동한 셈.

 

 

트론헤임에서 기차로 갈아타고 보되로 가는 길.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풍경이 황량해졌다.
길고 긴 이동 중에 따뜻한 국물로 속을 달래준 미스터리 라면. 머나먼 노르웨이에서 한국의 맛을 느꼈다.

 

이렇게 이동하고도 트롬쇠까지는 또 12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보되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로 했다. 다시 보되에서 나르빅(Narvik)으로, 나르빅에서 또 버스 환승해서 순수이동시간만 약 36시간이 걸려 노르웨이 북부의 도시, 트롬쇠에 도착했다.

 

 

북극권에서 유일하다는 아쿠아리움, 폴라리아(Polalia). 도미노가 쓰러진 듯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눈의 교회’라는 별칭으로도 부르는 ‘북극교회(Tromsødalen Kirke)
스발바르로 떠나기 전, 선물 같이 찾아온 오로라

 

북위 69도에 있는 도시 트롬쇠에는 ‘세계 최북단의 대학’인 트롬쇠대학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 외로 사람도 많고, 특히 젊은이도 많아 활기찬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가 트롬쇠를 방문한 목적은 ‘스발바르 제도’에 가기 위해서! 북극해에 있는 스발바르 제도에 가기 위해서는 트롬쇠에서 매일 운항하는 비행기를 타면 된다.

스발바르까지 굳이 큰 배낭을 메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트롬쇠에 하루 숙박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배낭을 맡기고 간편한 짐만 챙겨 스발바르의 롱위에아르뷔엔(Longyearbyen)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기적인 항공편이 다니는 최북단의 공항, 롱위에아르뷔엔 공항
나가자마자 북극곰이 반겨준다.
각 도시가 떨어진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 새삼 이만큼 멀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위 78도의 섬, 스발바르 제도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 롱위에아르뷔엔. 좀 더 북쪽에 우리나라의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뉘올레순(Ny-Ålesund)이나 러시아인 마을 바렌츠부르크(Barentsburg), 피라미다(Pyramiden) 같은 도시도 있지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이고,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로는 최북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나 북쪽에 있는 섬을 누가 찾아왔을까 싶지만 스칸디나비아인들이 이미 12세기에 이 섬을 발견했고 그 뒤로는 포경산업의 중심이었다가 매장된 석탄이 발견되면서 석탄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탄광이 문을 닫았지만 한때 탄광산업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돈을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꽤나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독특하게도 롱위에아르뷔엔의 조그만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엔 동남아계 사람들도 꽤 많았고, 슈퍼의 즉석요리 코너에선 동남아풍 요리를 팔고 있었다.

 

 

똑같이 생긴 집들이 줄지어 서있는 롱위에아르뷔엔 시내 모습
눈이 있는 계절엔 스노모빌을 주로 타고 다닌다고 한다. 스노모빌이 망가지면 고치는 비용보다 새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해서 사는 사람보다 스노모빌 수가 더 많다고 할 정도.
하지만 스노모빌로 갈 수 있는 구역은 제한되어 있으며, 일정 지역을 벗어나면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가이드와 함께여만 갈 수 있는 구역도 있다.

 

또한 이 섬의 독특한 점은 바로 ‘북극곰’이 살고 있다는 것! 마을을 벗어나면 총기를 휴대하는 것을 권장할 정도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북극곰을 주의해야 한다. 최근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먹을게 없어지는 계절이면 굶은 북극곰이 마을 근처까지 내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론 옛날엔 북극곰이 3마리까지 아기 북극곰을 낳아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흔했는데, 최근엔 많아야 두 마리, 보통 한 마리만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빙하가 자꾸 녹으면서 이동이 어려워지고 먹을게 없어지면서 북극곰의 개체도 상당히 줄었다고…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곰 탐험을 나가기 전, 북극의 추위에도 견딜 수 있게 중무장을 한다.
스발바르의 ‘북극곰 주의’ 표지판. ‘Gjelder hele Svalbard’란 뜻은 ‘스발바르 전역에서’ 라는 뜻이므로 ‘스발바르 전역에서 북극곰 주의’

 

우리는 야생의 북극곰을 보고 싶어 ‘북극곰 투어’를 신청했는데,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곰을 찾는 투어였다. 아쉽게도 북극곰은 보지 못했지만 아무런 소음이 없는 하얀 대지를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마을을 벗어나면 총을 소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관광객도 총을 빌릴 순 있지만, 우리는 가이드와 동행했기 때문에 총이 없어도 안전했다.
푸른 빙하 앞에서 만난 다른 투어그룹. 북극곰도 북극곰이지만 스노모빌 운전체험은 꽤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북극곰은 못봤지만 순록의 심장을 먹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라플란드 지방에 사는 ‘사미족’의 전통요리라고 한다.

 

이 외에도 스발바르에서 할 수 있는 체험으론 겨울엔 썰매개가 끌어주는 눈썰매 체험이나 탄광 투어, 여름이면 조금 나가서 캠핑도 할 수 있고 보트투어도 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독특한 북극의 환경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이 있다.

 

 

개썰매를 위한 강아지들이 사는 곳.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눈 때문에 개집을 지면보다 높게 설치한다고 한다.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세계 여러나라의 종자들을 보관하고 있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같은 곳.

 

스발바르에는 ‘최북단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우린 ‘세계 최북단의 브루어리’를 방문했다. 자칭 ‘맥덕’이라고 칭하는 내가 세계 최북단이라는 상징적인 곳을 안가볼래야 안가볼 순 없지.

 

 

세계최북단의 브루어리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들

 

외국인이 많은 스발바르답게 양조장에서 우리에게 시설을 소개시켜준 사람 역시 스웨덴 사람이었다. 우리 숙소 주인도 에스토니아 사람이었는데 다들 짧은 시간 체류하며 일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가는듯 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모인데다 때가 되면 백야, 흑야 등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니만큼 여기에 사는(혹은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켜야할 룰이 있었다. 바로 ‘술’과 관련된 법인데 면세구역인 스발바르는 술값이 저렴한대신 지정된 장소에서만 술을 팔며 개인마다 살 수 있는 제한된 수량이 있어 그만큼 차감하고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달에 리큐르 2병, 맥주 24캔 정도가 허용량이다.

“아니, 맥주를 좋아할텐데 한 달에 맥주 24캔으로 괜찮아요?”
“실은 안마시는 친구가 대신 사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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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전에 트롬쇠에서 한밤중에 오로라를 보고 왔는데, 스발바르는 이미 밤이 없는 백야의 시간이 찾아왔다.

 

스발바르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트롬쇠로 돌아와 이번엔 대륙의 최북단인 노르카프(Nordkapp)을 보러 갔다. 이미 북극의 스발바르를 찍고 내려오니 약간 심심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정복욕이 불타올랐을 노르카프도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트롬쇠에서 락셀브로 가는 비행기는 마치 시외버스처럼 트롬쇠에서 이륙한 뒤 알타라는 도시에 잠깐 들렸다가 락셀브로, 좌석도 맘에 내키는대로 앉고 내렸다. 기내식은 초콜릿.
노르카프로 가는 길, 도로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순록들

 

이번 여행이 그렇듯, 노르카프까지 가는 길도 만만찮았는데 다시 트롬쇠에서 락셀브(Lakselv)까지 경비행기를 타고가서 락셀브에서 차를 렌트해 호닝스버그(Honningsvåg)를 거쳐 노르카프에 갈 수 있었다.

이 모든 여정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없어서 호닝스버그에 있는 유스호스텔에서 숙박했는데, 락셀브에서 빌린 렌트카는 트렁크 위를 덮는 덮개가 분실되어 있어서 밖에서도 트렁크에 있는 짐이 훤히 다 보였다. 아무래도 한 번 차가 털린 경험이 있어 차 안에 배낭이 있는 걸 괜히 보이면 차가 또 털릴까 싶어 유스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노르카프로 가려는데 이유를 묻던 직원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차를 털린 적이 있다고요? 우리는 전표와 돈이 있는 사무실 문도 그냥 열고 다니는데!”

 

 

콘보이를 따라 줄지어 가는 차들

 

그리고 직원과 대화하다 우리가 또 하나 간과한 사실을 알았는데, 눈이 있는 동절기에 노르카프으로 가기 위해선 정해진 시간에만 ‘콘보이’라 불리는 제설차량 뒤를 따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린 노르카프의 운영시간만 체크했는데 이런 정보가 있었다니! 콘보이가 오는 시간에 맞춰 노르카프로 들어가는 도로에 대기하고 있으니 우리 외에도 여러 차량이 와서 함께 줄을 섰다.

곧 콘보이가 와서 앞장서 노르카프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니만큼 관광객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듯 보였다. 나갈 때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콘보이를 따라서 나갈 수 있었다.

 

 

노르카프, 처음이자 끝인 곳

 

노르카프에 도착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우체국, 레스토랑과 전시실이 있는 ‘노르카프홀’이 있고 그 뒤로 곶의 끝부분에 노르카프를 상징하는 지구본같이 생긴 조형물이 서있었다. 그 뒤로는 북극으로 향하는 바다뿐! 백야 현상이 있는 여름철엔 노르카프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그렇게 멋지다고 한다.

실질적으론 해가 지지 않고 다시 떠오르기 때문에 일몰이라고 부르기엔 어렵지만, 해가 수평선 가까이 왔을 때 빨간빛으로, 혹은 보랏빛으로 물드는 바다가 그렇게 멋있다고.

우리같이 동절기에 찾아오면 방문시간이 제한되지만 하절기에는 백야 현상을 보며 샴페인도 마시는 특별 패키지도 판매하는 정도라니까, 밤늦은 시간까지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듯하다. 하지만 한겨울엔 해가 떠오르지 않을 테니 아마 어슴푸레한 밤 같은 낮에는 날카롭게 바위를 철썩이는 파도 소리만 가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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