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 아름다운 말레이시아 말라카, 페낭 여행

쿠알라룸푸르 근교 여행으로 딱!

말라카 시내의 중심, 네덜란드 광장과 크라이스트 처치 교회

 

골목 사이로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말라카(Melaka)

사람으로, 습기로 북적이는 쿠알라룸푸르에서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말라카로 내려왔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온다더니,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다.

말라카는 15-16세기 동남아시아 무역의 중심도시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이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이 세 나라의 문화와 말레이시아의 문화가 섞인 독특한 건물들을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여행자들과 아이들을 겨냥한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
세인트 폴 교회. 앞의 동상은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말라카 여행의 기점인 네덜란드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의 위로 올라가면 ‘세인트 폴 교회’가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포르투갈 식민 시기에 만들어진 교회로 네덜란드와 영국의 침입을 받으며 교회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교회 앞의 동상은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신부인데 인도와 일본 등지에 천주교를 전파하고 중국에서 풍토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 ‘세인트 폴 교회’는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신부가 아시아에 세운 최초의 교회로, 이 신부를 기념한 교회도 따로 있다.

동상은 자세히 보면 오른쪽 손목이 하나 없는데, 중국에서 풍토병으로 사망한 신부의 유해를 말라카로 옮겨왔다가 첫 선교지인 인도로 보냈는데, 인도에 도착한 후 시신을 확인했더니 유해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있어 로마 교황청이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해 확인차 시신의 일부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손목을 하나 잘라서 보냈는데 그런 이유로, 이 동상은 처음에 세워질 때부터 손목 부분을 만들지 않았다고.

 

 

세인트 폴 성당 내부의 비석들
포르투갈,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까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했던 흔적의 산티아고 요새

 

말라카는 작은 도시이긴 하지만, 이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메나라 타밍 사리’라고 불리는 타워에 올라가는 것! 이 타워는 신기하게도 자이로드롭처럼 사람을 실은 전망대 부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게다가 360도 회전까지 한다. 천천히 빙글빙글 돌며 80미터 상공을 향해 올라간 전망대는 다시 지상으로 빙글빙글 돌며 내려온다.

 

 

메나라 타밍 사리 타워(Menara Taming Sari)에서 내려다본 건물들.
리버크루즈를 타면 여유롭게 강변의 건물들을 보며 말라카를 둘러볼 수 있다.

 

이번엔 여유롭게 말라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리버크루즈를 타고 말라카를 구경해볼 차례. 이 리버크루즈는 말이 ‘리버크루즈’지 그냥 작은 통통배 수준이지만 꽤 인기가 좋아서 어떤 때에는 줄을 서서 타야 할 정도라고 한다. 저녁 시간의 야경을 보는 크루즈도 예쁘고 좋다지만 낮시간에 비해 요금이 비싸서 우리는 그냥 낮 시간의 크루즈를 타기로 했다.

 

 

리버크루즈를 타고 바라본 말라카 시내

 

천천히 말라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강변의 카페들도 지나고, 다리들도 지나는데 다리 위의 사람들이며 강변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크루즈를 보며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해주곤 했다. 화려하고 고급스럽진 않지만 말라카의 이미지만큼이나 수수하고 정겨운 느낌의 크루즈였다.

 

 

말라카 강변에는 카페가 많은데, 동남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디저트 첸돌(Cendol)을 맛볼 수 있다.
존커 스트리트의 입구, 입구의 배는 ‘정화의 원정’당시 정화가 타고 말라카로 온 배의 모형이다.

 

타워와 크루즈는 말라카를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보는 여행의 과정이었다면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 볼 시간이다. 말라카 역사의 숨결을 바로 코로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은 존커 스트리트(Jonker Street)이다. 골목골목 들어선 레스토랑,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 등으로 낮에도 북적이는 거리지만 주말 밤이면 야시장이 들어서 한결 더 북적이는 곳인데, 골목 사이에 숨겨진 보석처럼 불교사원, 이슬람사원, 힌두사원이 말레이시아 전통 목조 건물들과 네덜란드 스타일, 포르투갈 스타일의 건물과 함께 공존하는 거리이다.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 ‘존커(Jonker)’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하는데 이름에도 네덜란드의 흔적이 남아있다.
밤이면 모락모락 연기를 내며 사태를 굽는 가게들이 오픈한다.

 

이런 거리의 매력은 마치 포장마차에서 먹는 것처럼 거리에서 먹는 음식들이 아닐까? 마침 존커 스트리트의 끝자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에 가봤더니 사태를 앞뒤로 열심히 뒤집으며 구우면서 나는 연기였다. 사태는 인도네시아의 요리이지만 말레이시아, 싱가폴, 태국 등지에서도 흔히 먹는 꼬치구이 요리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물론이고 가끔 생선이나 양고기를 꿰어 굽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변형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무난하게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도전해봤다. 꼬치로 구우면 뭔들 맛이 없겠냐만, 사태는 특히나 곁들여 먹는 땅콩 소스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사태의 핵심은 이 소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함을 뽐내는 트라이쇼
말라카의 강을 보며 저녁을 먹으니 운치 있고 좋았다.

 

그리고 말라카를 떠나는 날, 말라카 강을 보며 말레이시아 식 바쿠테(한방 돼지갈비 탕)와 꼬막 요리를 즐겼다. ‘아 이곳이 말레이시아구나’를 느낀 쿠알라룸푸르와는 또 다르게 묘하게 중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의 내음을 느낄 수 있었던 말라카 여행. 마치 서울에서 잠깐 인천이랄지, 군산이랄지 다른 나라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도시로 여행 온 것 같달까? 게다가 도시가 크지 않아 걸어서 골목골목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꽤 매력적이었다.

 

말라카 인기 호텔 순위 보기!

 


 

새해의 시작을 페낭에서 맞이했다. 카운트다운 행사로 흥이 오른 사람들

 

골목 사이 숨겨진 벽화를 찾는 여행,페낭 조지타운(George Town, Penang)

말라카에서 버스를 타고 페낭(Penang)으로 향했다. 페낭은 말레이시아의 북쪽에 있는 섬으로 2008년에 말라카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말라카는 작은 도시라 페낭으로 가서 새해를 맞으면 좀 더 나을 거란 생각에 말라카에서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12월 31일은 세계 어디나 똑같이 새해를 맞이하는 약간 들뜬 마음이 있나 보다.

평상시의 예정 소요시간으로는 이미 페낭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도로의 정체로 인해 해가 떨어지고도 한참 지나 페낭에 떨어졌다.

마지막 일몰은 페낭에서 볼 수 있나 했더니 페낭으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보게 될 줄이야.

 

 

거니드라이브의 호커센터도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호커센터에서 파는 꼬치들

 

낭은 꽤 큰 섬이라더니, 아니나 다를까 쇼핑몰이 많은 ‘거니 드라이브’ 쪽으로 나가니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로 난리도 아니었다. 쇼핑몰마다 무대를 설치해놓고 공연을 하고, 밤 10시면 문 닫는다는 거니 드라이브의 호커센터(야시장)도 쏟아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우리도 적당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저녁을 먹으며 사람들과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를 함께 축하했다. 어김없이 해는 바뀌었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패딩 입고 추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새해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반팔을 입고 땀 흘리며 맞은 뜨거운 새해였달까.

 

 

인기있는 첸돌을 파는 집은 1월 1일에도 줄서서 먹어야 한다.
영국 식민시대에 세워졌을 호텔 건물

 

1월 1일, 우리의 본격적인 페낭 여행의 첫 목적지는 ‘조지타운(George Town)’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조지타운은 영국 식민시대의 분위기가 진하게 남아있어 지난밤, 새해 카운트다운을 보기 위해 갔던 거니 드라이브와는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여기도, 저기도 페낭이지? 마치 다른 도시를 다녀온 것 같다.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일이야?”

우리가 잡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거리도 그렇지만 조지타운 시내 중심부는 영국풍(흔히 식민지 시대 풍이라고 하는)의 서양식 건물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어 독특한 이미지였다. 옛날 서양식 건물들 중 많은 수가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으로 쓰이고 있는 모양인데 여유가 있다면 저런 호텔에 머물면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조지타운 곳곳 페낭과 관련된 귀여운 벽화들이 있다.
관광청에서 나눠주는 조지타운 지도에는 벽화들 위치도 함께 표시되어 있어 ‘벽화 트레일’도 가능하다.

 

숙소에서 가져온 공식 페낭 지도에는 ‘스트리트 아트’를 표시한 것이 있는데 조지타운 곳곳에 있는 역사적인 벽화나, 재미있는 벽화 등을 따라 여행할 수도 있다. 벽화가 퍼져있는 지역이 꽤나 넓어서 지도를 보며 발견한 벽화를 체크하며 여행했는데 마치 롤플레잉 게임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기분이 되어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벽화를 찾아보다 보면 조지타운을 구석구석 다 돌아볼 수 있다는 점!

 

 

리틀 인디아로 가는 길

 

페낭은 말레이시아의 섬으로 영국의 식민지배를 잠깐 받은 역사가 있지만 또한 독특한 점은 인구의 대부분의 화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말레이인과 인도인들도 함께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낭 한구석엔 ‘리틀 인디아’라는 인도계들이 모여사는 구역이 있는데 이곳은 또 갑자기 인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인도향이 물씬 풍긴다.

 

 

페라나칸 맨션의 내부
페라나칸 맨션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커플

 

말라카도 여러 나라의 문화가 융합된 분위기가 특이하지만 페낭은 특히 ‘페라나칸(Peranakan)’이라 불리는 문화의 본고장 같은 곳이기도 하다.

페라나칸은 과거 중국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말레이시아 여성들과 결혼하여 낳은 자녀들을 지칭하던 말로 또한 말레이시아와 중국 문화가 결합된 그들의 문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페라나칸’ 혹은 ‘바바 뇨냐(Baba-Nyonya)’(바바는 남성, 뇨냐는 여성을 일컫는 말)라고 불리는 이 문화는 관광객 입장에선 특히 음식으로 접하기 쉬운 것 같다.

 

 

관광객이 이것저것 맛볼 수 있게 구성한 음식
전통 ‘뇨냐요리’라고 하는 음식들. 중국음식 같기도, 동남아풍 음식 같기도 한 묘한 맛이었다.

 

우리는 조지타운 안에 있는 영국풍 저택을 개조한 레스토랑에서 퓨전 스타일로 만든 듯한 페라나칸 요리도 먹어보고, 여행사이트에서 전통 ‘뇨냐 요리’를 만든다는 집도 찾아가 페라나칸 요리들을 맛봤다.

결국 ‘페라나칸’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문화의 융합인 만큼,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느낌도 들면서 처음 먹어보는 색다른 맛이었는데 그 이름처럼 어떤 특정 나라의 맛이 우월하게 튀지 않고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페낭 가성비 좋은 호텔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