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 파두츠 여행, 스위스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나라!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로 떠나보자!

Vaduz Castle

스위스를 떠나 독일로 갈 계획을 짜면서 지도를 보다가 스위스 옆에 붙어있는 작은 나라가 눈에 띄었다.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

세계에서 작은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나라. 흥미가 생겼다. 이렇게 작은 나라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그래서 스위스에서 독일로 넘어가기 전, 사르간스(Sargans)라는 역에 들렀다. 리히텐슈타인의 수도인 파두츠(Vaduz)까지는 기차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사르간스에 내리자 많은 사람이 역 앞에 기다리고 있던 노란색 우편버스에 올라탔다. 두근두근, 작은 나라는 어떤 느낌일까? 이미 인터넷 검색으로 다녀온 사람들의 많은 후기를 읽어봤기 때문에 가는 동안 따로 국경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통화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언어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괜히 두근거렸다.

 

스위스의 사르간스 역. 이곳에서 파두츠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버스는 유레일 적용이 되지 않아 따로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은 버스 안에서 스위스프랑으로 구매하면 된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위로는 휴전선으로 막혀 섬처럼 떠 있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런 경험은 할 때마다 두근거리고 신기하다. 이 버스에 같이 타고 있는 저 사람들은 내가 느끼는 이 설렘을 이해 못 하겠지? 아침에 리히텐슈타인에서 일어나서 스위스로 일하러 갈 거 아냐!

노란 버스가 우릴 내려준 곳은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의 한가운데. 사실 시내라고 하기에도 뭐하게 그냥 너른 광장에 이런저런 상업시설들이 모여있었다. 딱 봐도 여기가 유일한 파두츠의 중심가 같았다. 하지만 광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몇몇 관광객 정도였고 거리는 썰렁했다.

 

 

얼마가지 않아 도착한 파두츠. 작은 나라답게 작은 수도였다.
알프스의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성당건물

 

그럴 만도 한 게 리히텐슈타인은 ‘베드도시’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베드타운이 아니고) 리히텐슈타인에 사는 사람들은 근처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에 직장을 두고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세상에, 아침에 집에서 나가 다른 나라를 갔다가 돌아온다니?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점심을 도쿄에서 우동으로 먹고 저녁에 다시 서울에 돌아오는’ 화성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이해 못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우리는 하루에 스위스랑 독일도 갔다 올 수 있는걸? 하루 만에 다른 나라 다녀오는게 뭐가 신기해?’하고 갸우뚱 할지도.

 

 

조그만 파두츠 시내. 지도 안에 건물들이 큼직큼직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무튼, 아무리봐도 신기하고 신기했다. 파두츠자체는 볼거리가 많지 않았지만 이렇게 조그만 나라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독일 등 큰 나라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여태까지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워낙 주변국의 등쌀에 부침이 많았던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왔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유럽엔 간혹 이렇게 작은 나라가 존재한다는 게 재미있다. 리히텐슈타인은 신성로마제국 당시에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후작인 한스 아담 1세가 땅을 사면서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허가를 받아 리히텐슈타인 공국이 탄생했다고 한다. 왕이 있는 나라가 아니라 공작으로서 왕에게 충성하는 공국이다 보니 여태 살아남은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게 주변의 다른 나라들은 군주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국가로 변신하는 동안 리히텐슈타인은 아직도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입헌군주국보다 왕의 실권도 생각보다 센 데다 유럽의 왕족 중 손꼽히는 부자이기도! 그것치곤 파두츠 시내를 내려다보는 산등성이에 있는 파두츠 성이 조그맣다 싶었는데 어쩐지. 다른 나라에 더 큰 성이 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파두츠를 내려다보는 산자락에 서있는 파두츠 성. 현재 사람이 살고 있어 내부공개를 하지 않는다.
굳게 닫힌 성문. 그래도 왕이 사는 것 치고 작은 성이라 생각했는데 오스트리아에 더 큰 성이 있다고 한다.
성은 입장할 수 없지만 언덕에선 파두츠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파두츠 시내에서 볼거리는 많지 않다. 여전히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사람이 살고 있는 파두츠 성과 우편박물관 정도일까. 리히텐슈타인에서 발행하는 우표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서 일부러 우표를 사기 위해 리히텐슈타인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수집가는 아니니까, 우편박물관에 들어가서 스을쩍 우표들만 슬렁슬렁 보고 나왔다. 그다지 할 거리는 없다고 알고 왔긴 하지만 정말 방문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같아, 할거리를 찾아 관광안내소에 들어갔는데 이곳에서 입국스탬프를 찍어주고 있었다! 물론 유료였지만 리히텐슈타인을 방문한 흔적이 남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3스위스프랑을 내고 여권에 기념도장을 꽝하고 찍었다. 나 리히텐슈타인 다녀온 여자야.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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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무료인 우편 박물관.
리히텐슈타인 우편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켠에는 우표들이 가득 붙어있는 액자가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관광안내소에서 유료로 찍어주는 기념스탬프. 기념으로 찍었다.

 

여권에 흔적도 남겼겠다, 이제 슬슬 떠날 시간이 되어 다시 버스를 타고 스위스의 사르간스역으로 돌아왔다. 이제 독일로 들어가면 오늘 하루만에 국경을 3번 넘는 셈이 된다. 진짜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스케쥴이네.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길. 취리히에서 한 번 갈아타서 가야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내게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있었던 도시라고 익숙했지만 남편에게는 포르쉐의 고장으로 익숙한 도시였다. 딱히 관광할 거리가 있는 도시는 아니지만, 리히텐슈타인에서 취리히를 거쳐 우리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최북단의 도시였다. 더이상 올라가면 새벽 3, 4시에나 어딘가에 도착하게 될 것 같아서 그럼 중간의 슈투트가르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저녁도 먹지 못한 채로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도착했더니 슈투트가르트 역 앞은 시꺼멓고, 어둡고, 아무도 다니는 사람이 없어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역앞의 분주한 느낌도, 하다못해 카페나 음식점도 잘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나 이방인이라고 해코지 당할까봐 남편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예약해둔 역 바로 앞의 호텔로 빨려들어가듯 후룩, 들어갔다.

 

 

걷기 좋게 거리가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싱싱해 보이는 채소와 과일들. 시장에 활기가 넘쳐흘러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햇빛이 드리운 슈투트가르트는 생각보다 화사한 도시였다. 간밤에 독일의 공업 도시라더니 진짜 우중충하고 분위기가 약간 어두운 것 같다며, 내일 오전 중에 기차를 타고 목적지인 쾰른으로 가자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초록이 우거진 광장에 사람들은 여유롭게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고, 사 온 음식을 펼쳐놓고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면서 한켠에서는 예쁜 꽃과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잔디에 누워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구미를 당기는 고기들. 소세지며 족발이 독일에 온 것이 실감난다.

 

잠깐 돌아본 슈투트가르트가 맘에 들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짐을 잠시 호텔 로비에 맡겨놓고 시내를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가기로 결정했다. 활기찬 시내엔 곳곳에 식료품점이 있었는데 큰 실내시장 같은 곳에 들어가 대충 물가를 보니 ‘휴~’하고 숨을 몰아 내쉴 수 있었다.

“물가 좀 봐, 이제 좀 살겠다!”

스위스는 마찬가지고 스위스프랑을 함께 쓰는 리히텐슈타인에선 정말 두 눈 딱 모질게 감고서도 외식을 할 수 있는 물가가 아니어서 우리의 끼니는 항상 슈퍼마켓에서 산 저렴한 요거트와 샐러드, 혹은 냉동 피자로 떼우고 있던 중이었다. ‘이대로 가단 건강이 위험하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쯤 마주한 슈투트가르트의 물가는 한껏 기쁨으로 다가왔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족발(흰종이 안에 들어있다)을 사와 맥주와 함께 점심으로 먹었다.

 

“우리 오랜만에 고기를 먹자!”

시장한켠에서 먹음직스럽게 쌓여있던 마치 우리나라 족발 같은 슈바이네학센과 샐러드를 사서 시내 광장의 벤치에서 점심의 만찬을 즐겼다. 한 손 가득 족발을 들고 고기를 한 입 가득 우물거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쾰른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남편하고 계속 ‘스위스는 다 좋은데 물가가 너무 비싼 게 흠이야, 흠’이라면서 어제 떠나온 스위스 뒷담화를 스리슬쩍 하며 수다를 한참을 떨었다. 알고 보니 슈투트가르트가 독일 내에서도 물가가 비싼편에 속한다는 뒷얘기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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