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방비엥 여행, 청춘들이 쉬어가는 도시!

매력적인 여행지이자 청춘의 도시 방비엥!

낮의 방비엥은 썰렁했다. 유연석, 손호준 같은 파릇파릇한 청춘들이 가득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상하다. 아슬아슬한 고갯길을 넘어 (방비엥과 루앙프라방 사이의 고갯길은 험하기로 유명해서 간혹 사고가 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이제 막 청춘의 도시, 방비엥에 도착했건만.

 

커브에 주의하라는 도로안내표지판. 꼬불꼬불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럴 땐 잠자는게 상책.

 

“이곳이 그 유명한 방비엥 맞아?”

순간, 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우리가 이미 인기가 한풀 꺾인 방비엥에 도착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지만 해가 질 무렵부터 시끌벅적해지는 거리의 풍경에 아, 이곳이 바로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들이 찾는다는 방비엥이 맞구나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거리는 썰렁하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카페 안에서 쉬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낮에는 다들 튜빙이니, 카약킹이니, 블루라군이니 하는 곳에 놀러 가서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저녁 즈음부터 지붕 위엔 카약을 싣고 안에는 다국적의 사람들을 여럿 태운 트럭들이 시내에 나타나 사람들을 쏟아 내놓고는 사라졌다. 약간 바캉스 기간의 해변 도시처럼 옷을 헐렁하게 입은 사람들이 슬리퍼를 슬렁슬렁 끌고 다니며 너도나도 반갑게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암튼 혼란스러웠다. 잠시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하는 의문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이내 아, 이곳은 청춘의 도시지, 하고 다시 납득했다.

 

 

밤마다 시끌벅적 문전성시를 이루던 방비엥의 바(Bar)들. 세계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그런지 작은 마을 안에 술집이 생각보다 많았다.

 

미디어의 위력은 엄청났다. 세상에, 라오스 이 산속 한구석에 있는 방비엥의 슈퍼마켓에서 신라면과 돼지바를 만날 줄이야. 라면이야 그렇다 쳐도- 한국 아이스크림을 만나다니! 요 몇달동안 한국 아이스크림처럼 퀄리티 높은 아이스크림을 슈퍼에서 만난 적이 없어서 후다닥 사서 까먹었다.

슈퍼에서 한국 제품들을 갖춰놓고 팔만큼 방비엥엔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해외 온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몇몇 청년들은 한국 사람들 너-무 많다고 투덜댔지만, 우리는 간만에 한국어도 실컷 듣고 한국 사람도 실컷 만났다. 점심 먹으러 간 카페에서 맞은편 테이블 여자아이들은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을 찍으며 키득거리고 옆 테이블 아줌마들은 집값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뭐, 아무렴 어때. 나는 손 붙잡고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 사람이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남편하고만 한국말 했더니 입이 근질근질하지 뭐예요!!’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갖가지 한국제품들을 팔던 슈퍼마켓. 우리도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방비엥에서도 오토바이 대여를 했다. 남편은 오토바이 운전에 자신감이 붙어 수동 오토바이를 빌리고 싶어 했지만 렌트 오토바이는 무조건 오토였다. 우리의 계획은 론리플래닛에 나온 방비엥 서쪽 코스를 돌아보고 오는 것. 중간에 블루라군도 들려서 수영하는 걸 구경(?)도 하고. ‘블루라군’이라는 동명의 장소들이 세계 각지에 있지만 여기만큼 영화 ‘블루라군’을 연상케 하는 장소도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블루라군에서 노는 사람들. 생각보다 깊은지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고 놀고 있었다.

 

나무에 달린 밧줄을 타고 호수에 뛰어드는 사람들, 나무 위로 올라가 점프하는 사람들. 그저 호숫가에 나무가 있는 곳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처럼 아주 즐겁게 놀았다. 마치 영화에 나온 아이들이 무인도에서 이런저런 놀 거리를 찾아 논 것 처럼.

우리의 목적은 방비엥의 서쪽을 한 바퀴 도는 것이었기 때문에 블루라군에서 수영을 하진 않고, 점심으로 싸 온 바게뜨 샌드위치를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하다 다시 길을 떠났다.

 

 

우리는 울퉁불퉁 자갈길을 달려 방비엥의 서쪽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는 도중 길거리에 풀어져있는 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론리플래닛엔 서쪽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것 처럼 나와 있었지만 사실 딱히 이정표도 없고 도로가 포장된 것도 아닌, 흙길일 뿐이라서 길을 따라가면서도 맞게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긴 했다. 계속 구글지도와 오프라인지도, 론리플래닛을 번갈아 보면서 이 길이 이 길인가 맞춰보며 길을 가다가 눈앞에 통나무다리가 뚜둔-하고 등장했다.

“이 길을 계속 가려면 저걸 건너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갈까, 말까 몇 번을 고민하다가 일단 이쪽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하니 가보지 뭐! 하고 통나무 몇 개로 얼기설기 맞춰진 다리를 오토바이로 건너다가 그만, 다리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어라라?’하는 순간 오토바이는 중심을 잃고 다리 위에서 기울어졌고 나는 다리 위로 나동그라졌으며 남편은 기울어지는 오토바이를 안간힘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통나무 위에서 미끄러져 오토바이와 함께 그대로 아래로 굴러떨어질뻔 했다.

 

하마터면 다리 위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굴러떨어질 뻔한 사고를 겪고 오토바이 운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던 남편도 쭈글, 당당하게 다리를 건너자고 했던 나도 쭈글. 그냥 건너편에 보이는 길을 따라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거 한 바퀴 돈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어.

 

 

오는 길,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는데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듯한 아이들

 

돌아가는 길, 한 마을을 지나는데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었던 모양이었다. 학생들은 우리를 보며 수줍게 웃어주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우리들을 동네 아이들이 쫓아오며 ‘싸바이디-(안녕)’ , ‘싸바이디-‘ 하면서 손을 흔들며 쫓아왔다.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쫓아오는 아이들 덕분에 사고로 인한 긴장감은 살짝 누그러졌다. 지나가던 호숫가에서 빨래하던 여자아이는 분명한 우리말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외쳤다. 아마 우리나라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자아이였던 모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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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수줍은지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했고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쫓아오며 ‘싸바이디-’를 연신 외쳐댔다.
머리 위의 하얀 얼룩이 하트모양인 귀여운 송아지. 엄마와 함께 풀을 뜯고 있었다.

 

오토바이 사고가 날 뻔 했던 아찔한 방비엥 서쪽 여행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간만에 내장에 기름칠을 하기로 했다. 뭐 축하할 일은 없지만 사고 안 나고 무사히 돌아온 것이 자축의 의미라면 의미랄까? 방비엥에는 ‘신닷까올리’라 부르는 음식이 있는데 한국식 불고기가 현지화된 것이라고 한다. 약간 샤부샤부 같은데 서울식 불고기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한국식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거라 남편과 둘이 신나서 고기가 구워지자마자 입안으로 착착 넣었다. 으음~ 역시 고기는 불 맛이지.

 

 

신닷까올리. 먹을 땐 맛있다고 신나게 먹었는데…

 

하지만… 신나서 구워지자 마자 입 안으로 넣은 삼겹살이 문제였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그 날 밤, 나는 배탈이 나서 그 다음날까지 하루를 꼬박 누워있었다. 온몸의 수분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느낌으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방비엥에서 다른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남편은 배탈이 안 났다. 왜 나만…?)

 

 

평화로운 남쏭강의 모습
방비엥에는 해뜰무렵과 해질무렵, 두 번씩 열기구가 떠오르곤 한다.
석양을 풍경으로 떠다니는 열기구들과 방비엥의 산들이 만드는 한 편의 그림 같은 라인.

 

다행히 조금 호전된 날 저녁, 남쏭강이 보이는 어느 한 호텔의 테라스에 앉아 따끈한 양파스프를 시켜 먹으며 일몰에 떠오르는 열기구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 방비엥에서 내가 더이상 할 일은 없겠구나. 떠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튜빙이나 카약킹을 못해봐서 아쉽긴 하지만 방비엥 서쪽 마을의 귀여운 ‘싸바이디’ 아이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방비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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