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닥콩닥 이탈리아 나폴리 여행, 그렇게 위험해?

피자가 정말 맛있었던 그곳.

‘나폴리는 조심해’

여름의 이탈리아 여행! 너무나도 기다렸던 일정이었다. 불타는 태양,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 그리고 에메랄드빛 지중해! 게다가 이탈리아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엔 한국에서 내 동생이 날아와 우리의 여행에 합류했다.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동생을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커서도 맨날 투닥거렸는데 오랜만에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는 3명이 여행하는 만큼, 이동의 편의와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다. 이제 우리는 자동차로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고 다닐 예정이다.

 

우리의 발과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줬던 차. 애칭은 붕붕이.

 

“차량털이나 뭐 그런 범죄가 일어나진 않겠죠?”

항상 매사에 조심스럽고 걱정을 많이 하는 남편이 우리 차를 인수해주던 직원에게 물어봤다. 나야 뭐 별일 있겠어? 라는 생각을 했지만.

“주차는 정해진 구역에 하면 되고요. 그러면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차를 받은 다음 어디로 가나요?”
“저희는 나폴리로 갈 거예요.”
“나폴리에 간다고요? 오, 그곳은 정말 조심해야해요.”

방금전까지 범죄가 일어날 리 없다고 안심하라던 직원이 우리가 나폴리로 갈 거라 했더니 바로 말을 바꿨다. 그곳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털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에이, 무슨 일이 있겠어? 근데 걱정은 된다. 우리 예약한 숙소 주차장은 있는 거지?”
“전화해서 물어볼까?”

 

 

이탈리아 고속도로의 휴게소는 잠시 나폴리에 대한 걱정을 잊게 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다.

 

설마설마했는데 현지인에게 나폴리의 치안에 대한 말을 듣고 나니 천하 태평했던 나도 괜스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폴리에 가는 도중에 주유하러 들른 주유소에서는 프랑스 번호판이 달린 차량(프랑스 브랜드의 차를 리스했기 때문에 차에는 프랑스 번호판이 달려있었다.)에서 동양인들이 내리니까 주목이 되더라고 직원이 얘기했다고 한다. 이거, 범죄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거 아냐?

내비게이션을 보며 조심스럽게 나폴리 시내로 들어가는데 우리가 예약한 숙소로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적당한 크기의 차를 빌렸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차는 이탈리아엔 너무너무 큰 차였다. 골목이 어찌나 좁은지! 숙소 앞에 도착해 남편은 주차하는 곳을 물어보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우리는 잠깐 기다리는데 일방통행의 이 좁은 길에 어느새 우리 뒤로는 차들이 빵빵대며 밀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주차할 곳은 지나쳤다며 남편이 후진하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

 

 

길가에 나와있는 의자, 좁은 골목, 어수선한 분위기

 

일방통행이라 일단 직진했는데 세상에 골목이 어찌나 좁은지, 나도 모르게 운전대 앞에 바짝 붙어 엉금엉금 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골목에 할머니들은 위험하게 길가에 앉아 빨래를 널고 있었고 오토바이들은 우리 차 옆을 쌩쌩 지나갔다. 아니 이렇게 좁은데! 다시 숙소로 되돌아가야 하건만 야속한 네비게이션은 빠른 길이랍시고 좁은 골목만 골라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고, 이번엔 90도 각도로 꺾인 골목이네?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때, 창 밖에서 이탈리아어로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우리 차 주변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다 같이 손으로 핸들 돌리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이건 모두가 도와주고 있는 거야!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골목을 빠져나오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그라찌에! 그라찌에!”

식은땀을 한바가지 쏟은 나도, 뒷자리에서 얼음이 돼버린 동생도 그제야 긴장이 풀려 창문을 내리고 그라찌에를 연발했다. 뭐야, 나폴리 사람들 친절해…

 

 

‘프로치다 섬에 가자’

나폴리 역사지구(Spacca Napoli)로 가는 길, 주택들의 면면이 아주 개성적이었다. 로마도 꽤나 오래되어 아주 깔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폴리는 정말 제멋대로였다. 낙서로 뒤덮인 벽, 집집마다 널려있는 빨래들, 어디선가 물이 새는지 눅눅한 공기는 덤이었다. 나폴리 항은 세계 3대 미항이라지만 그것 또한 예전 이야기고 나폴리는 마피아들의 세력다툼으로 쓰레기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쓰레기도 많은 것 같고… 분위기가 흡사 80년대 후반의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빛바랜 건물, 지저분한 도로,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들
나폴리엔 빨래를 널어둔 집들이 많았다. 어떤이는 이를 보고 ‘나폴리의 깃발’이라고 했다고.
고층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도르래. 아래에서 누가 뭐라뭐라 소리를 치니 윗층에서 사람이 쏙 나와선 바구니를 돌돌돌 내려서 물건을 받아 올렸다.

 

“이것봐, 차 안에 핸들이 자물쇠로 잠겨있어…”

정말로 차량 도난사고가 빈번한지 거리에 주차되어 있던 차 안엔 핸들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세상에, 핸들에 자물쇠를 채운다는 건 생각도 못 해본 일인데…

이렇게 나폴리 시내를 설명하면 무슨 범죄의 소굴 같지만 정돈되지 않은 건물의 외관과 어두운 골목길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골목 골목, 집 앞에 아주머니들이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은 마치 쌍문동 골목 같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홍콩 느와르 영화, 쌍문동 골목, 나폴리는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로 가라는 걸까… 나폴리 시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관광이정표.
카스텔 누오보, 누오보 성 (Castel Nuovo)

 

나폴리 시내가 개성이 물씬 풍겨서 그런지 오히려 역사적 유적지들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고고학박물관이나 유명한 성당, 건축물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급하게 예정을 수정해서 나폴리에서 가까운 섬, 프로치다(Procida)에 가보기로 했다.

 

나폴리 위치 좋은 숙소 보기!

 

 

카프리, 이스키아, 프로치다는 나폴리 앞바다의 섬들이다. 한 번에 모든 섬을 가고 싶다면 배시간을 잘 계산해야한다.
프로치다 섬 지도
프로치다 섬 항구의 풍경

 

프로치다 섬은 나폴리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있는 섬인데 흔히 ‘세계 3대 미항 나폴리’에 간혹 잘못된 자료사진으로 쓰이는 예쁜 항구가 있는 섬이다. 배로 30여 분 왔을 뿐인데 프로치다는 나폴리와는 공기가 사뭇 다르다. 사진에 자주 나오는 예쁜 항구가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려면 여객선을 타고 온 항구에서 살짝 경사가 있는 언덕을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가면 되는데, 그 정도로도 섬 관광을 다 끝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정말 작았다.

 

 

프로치다 섬은 영화 일포스티노를 촬영한 곳이다. 영화 리플리의 몇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프로치다 섬의 풍경. 햇살을 받으며 고양이가 쉬고 있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프로치다 섬의 풍경

 

이 작은 섬은 이탈리아의 국민배우, ‘마시모 트로이시’가 마지막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사른 ‘일 포스티노(Il Postino)’라는 영화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한데, 프로치다 섬의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로치다 섬은 따뜻하고, 찬란한 햇살이 예쁜 곳이었다.

 

 

‘나폴리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 바로 피자(Pizza)’

‘나폴리’ 하면 생각나는 것. ‘베수비오 화산’과 ‘피자’.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뜨거운 화덕에서 갈색으로 노릇하게 익어가는 맛있는 피자는 나폴리의 서민 음식이다. 한 판에 4~5유로면 따끈하고 쫄깃한 피자가 뚝딱! 다른 나라로 넘어가며 크기도 커지고, 토핑도 후해졌지만, 나폴리의 피자는 여전히 1인용이다.

 

늦은 밤시간에도 피자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주문 즉시 바로바로 만들어 장작 화덕에 구워준다.

 

나폴리에는 생각보다 식사를 할 만한 레스토랑이 많아 보이진 않았는데, 잘 모르는 이유는 적극적으로 레스토랑을 찾아보지도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매 끼니마다 유명한 피체리아 리스트를 체크해가며 피자를 먹으러 다녔는데 나폴리 현지의 피자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따끈하고 우유 맛 가득한 모차렐라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촉촉한 피자. 참치가 들어간 것도 맛있고, 가지가 들어간 것도 맛있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맛있는 피자를 기다리는 시간.

 

나폴리의 피체리아를 돌아다니다 보면 ‘베라피자(VERA PIZZA)’라는 간판이 피체리아에 함께 붙어있는데, 이는 485℃의 장작 화덕을 사용하며 수제로 반죽을 만들고, 그 형태는 둥근 모양에 두께는 2cm 이하, 피자의 가운데 부분은 0.3cm 여야 하고 손으로 접어먹을 수 있는 두께로 만들어야 하는 협회의 규정을 지키는 나폴리의 정통 피자 가게라는 뜻이다.

 

 

어딜가나 피체리아는 항상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피체리아는 사람이 항상 많아서 주문하기 위해서도 한참 기다려야 했는데, 기다리면서 가만히 지켜보니 사람들이 피자 외에도 사가는 독특한 메뉴가 있었다. 튀긴 도넛같이 동글동글하게 생긴 음식이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일단 뭔지는 모르고 손가락으로 이것, 저것, 이것 해서 피자와 함께 쓸어 담아 왔다. 피자 먹기 전에 한입 베어먹어보니, 안에서 따끈한 치즈가 쭈욱 늘어나면서 크림맛과 함께 햄, 잘게 썰린 파스타 면발이 들어있었다. 오잉? 파스타튀김이라고 해야하나! 프리타티나(Frittatina)라고 하는 것이었는데 나폴리에서 많이 먹는다고 한다. 파스타가 들어간 크림 고로케, 이렇게 표현하면 딱 일라나?

나폴리 피자의 매력은 저렴한 데다 1인용 정도로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1인 1피자 하면서 내 것도 맛보고 남편 것도 맛보고 동생이 고른 것도 맛보며 다양한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었던 것! 거기에 이탈리아의 맥주까지 곁들인다면 감히, 나폴리 여행의 화룡점정이라고 하고 싶다.

아, 다시 먹고 싶은 나폴리의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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