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식 여행의 끝판왕, 파르마와 모데나의 구르메 투어(Gourmet tour)

치즈, 햄 그리고 식초 공장 투어!

‘파르마 – 감칠맛 나는 미식의 길’

피렌체를 떠나 파르마로 향하는 길은 설렘이 가득했다.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파르마, 모데나, 볼로냐는 마치 ‘미식 테마파크’ 같달까. 장인들이 전통을 지켜 만들어내는 갖가지 음식 재료들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받은 레스토랑까지. 별이 빛나는 레스토랑까진 갈 수 없었지만, 이탈리아 북부를 향하면서 꼭 공장투어는 하리라 마음먹었다. 무슨 공장이냐고? 바로 치즈, 햄, 식초 공장이다.

 

파르마의 대성당과 세례당
파르마의 밤거리. 술 한잔과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광장 한쪽에서 열린 파르마 햄 팝업스토어.

 

볼로냐를 주도로 하는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지역의 파르마(Parma)에서는 돼지 뒷다리로 만든 햄인 프로슈토(Prosciutto), 흔히 파마산 치즈로 잘 알려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가 유명하고 모데나(Modena)는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로 잘 알려져 있다. 볼로냐(Bologna)는 ‘뚱보들의 도시 볼로냐(Bologna la grassa)’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음식이 유명한 도시다. 각종 돼지고기로 만든 햄부터 라구소스로 만든 파스타인 볼로네제까지, 이탈리아 음식의 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파르마의 식료품 전문점. 맛있는 음식, 주렁주렁 달린 햄, 숙성 개월 수 별로 나뉘어있는 치즈까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관광객을 위한 구르메 투어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가 신청한 투어는 정부에서 공인받은 이탈리아인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였는데 딱 우리 세 명만 참가한 프라이빗 투어였다. 보통 치즈 공장, 햄 공장, 식초공장을 거쳐 식사를 하는 것이 투어 코스인데, 우린 식초공장은 따로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어서 식초공장은 빼고 코스를 조정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만드는 공장. 인증받은 치즈는 사진과 같은 마크가 붙어있다.
아침에 도착한 우유를 데워 따로 유청과 분리하는 작업 중인 사람들
소금물에 담갔다 빼서 공기 중에 잘 마를 수 있도록 저장고에서 숙성한다. 길게는 36개월, 48개월까지 숙성한 치즈들이 있었다.

 

첫번째 코스는 파르마 시내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있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공장. 방문객을 반기는 강아지 두 마리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치즈는 매일 아침 짠 우유로만 제조되는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명칭을 받기 위해선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그것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가령 그 지역에서 매일 아침 짠 우유로 만들어야만 하고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으며 숙성된 뒤에도 치즈를 통통 두르려 숙성된 정도를 판단해 테스트를 통과한 치즈만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마크를 달고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 테스트에서 떨어진 것들은 치즈 겉면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특유의 표식이 새겨진 부분을 갈아서 2등급 제품으로 유통된다고.

 

 

염장하여 말린 돼지 뒷다리에 다시 기름, 소금, 후추를 바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려 건조되고 있는 돼지 뒷다리들. 시간이 지나면 프로슈토로 재탄생된다.

 

두번째 코스는 파르마의 햄 공장. 이곳 또한 고즈넉한 곳에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산 위라 그런지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식품을 만드는 곳인지라 치즈 공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위생복과 위생모, 신발 커버를 신어야 했는데 공장주인의 아들로 보이는 듯한 꼬마 아이가 위생복을 나눠줬다. 가이드 하나, 나 하나, 내 동생 하나. 그런데 남편의 것은 그냥 테이블 위에.

“어, 나는 안 주나요?”

남편의 질문에 가이드가 꼬마 아이랑 뭐라 뭐라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하더니 웃으면서 얘기했다.

“레이디 퍼스트이기 때문에 여성분들만 나눠준 거래요”
“아~ 귀여워! 그라찌에!”

유치원을 다닐려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려나 싶은 꼬마 아이가 낯을 가리면서도 레이디 퍼스트라며 여자들껀 또 하나하나 나눠주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러고는 또 쑥스러워서 저 멀리 가버리고. 내가 아는 애였으면 뽀뽀를 쪽쪽 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이 귀여웠다.

 

 

쿨라텔로. 전통방법으로 만드는 곳에서는 짚으로 엮은 끈에 매달아둔다고 한다.

 

도토리만 먹여 키운다는 산다니엘레 지방의 프로슈토에 비해 파르마의 프로슈토는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이 역시 이 지역의 돼지로만 만드는 지리적 표시를 따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정된 지역에서 재배된 원료로 만들어지고 일정 방식과 품질기준을 통과하여 그곳에서 포장까지 완료된 제품에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라는 표시를 부착한다.

파르마의 프로슈토는 이 지역의 돼지에게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를 만들고 남은 유청 등을 먹여 길러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돼지의 뒷다리에 소금을 발라 절이면, 저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소금기가 약간 섞여 있는 바람과 시간이 햄을 만들어준다.

뒷다리 통째로 만드는 프로슈토와 달리 종아리 살에서 뼈를 제거하고 돼지 방광에 넣어 만드는 ‘쿨라텔로(Culatello)’라는 햄도 소개해주었는데 맨 처음엔 실수로 만들어진 이 햄이, 지금은 ‘최고의 이탈리아 햄’으로 불리고 각종 유명 레스토랑에 들어간다고 했다. 약간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서 말리는 프로슈토에 비해 쿨라텔로는 어둡고 습한 장소에서 숙성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좀 더 쿰쿰하고 꼬릿한 향이 나는 것이 묘한 매력이 있는 햄이었다. 햄이었는데 치즈같은 맛이 나는 신기한 햄이었달까!

 

 

이 풍경 속에서 재배되고 길러진 음식들을 맛보는 시간!
살라미, 프로슈토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듬뿍 뿌린 라비올리, 결정이 사각사각 씹히는 잘 숙성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그리고 이 지방의 특색있는 와인인 ‘람부르스코’를 곁들여 식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맛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며, 프로슈토를 비롯한 살라미를 이 지방에서 많이 기르는 람부르스코 와인을 곁들여 맛볼 수 있었다. 식사를 한 장소는 와인과 식초를 만드는 농가였는데 탁 트인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테라스에서 이 지역의 명물을 맛보는 체험은 구르메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제격이었다.

 

파르마 인기 숙소 확인하기!

 

 

‘모데나 –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드는 길’

“모데나에 가면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 가보고 싶다.”
“거길 세 명이 다 가면 우린 거덜 나.”
“아 아쉬워…”

구르메 투어를 하고 나니 이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들에 대해 흥미가 생기고, 그걸로 만드는 음식들이 궁금해졌다. 모데나는 발사미코라 불리는 식초가 유명한 도시지만 ‘마시모 보투라’라는 쉐프의 레스토랑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레스토랑 중에서도 매년 1위를 놓치지 않는 곳이라는데, 수개월 전 예약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에겐 세계 최고의 음식을 한 끼로 경험해보는 셈 치기엔 가격이 부담되는 곳이었다. 가면 이 지방의 식재료로 만든 실험정신 넘치는 음식들이 있다는데… 우린 모데나에 와서도 못 먹으러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지 뭐. 발길을 돌리는데 괜히 아쉬웠다.

 

모데나 시내는 작고 아담했다. 조용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공간이었다.
모데나 외곽의 발사믹 식초 농장
식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을 듣고 있다.

 

하지만 모데나의 식초공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다. 자신들이 만드는 식초에 자부심이 넘치기 때문인지 공장을 견학하러 오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려있었다. 우리는 1871년 문을 열었다는 발사미코 농장을 방문했다. 농장 주인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우리 세 명과 같은 시간대에 함께 방문한 외국인 두 명을 안내했다.

발사미코의 원료는 포도인데, 까만 식초의 색깔과 달리 주요 원료는 청포도인 트레비아노를 90%, 적포도인 람부르스코를 10%정도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보이지만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었다.

포도즙을 가열하여 수분을 증발시킨 뒤 오크통에 넣어 발효시키는데 식초에 향을 더하기 위해 떡갈나무, 밤나무, 체리나무, 노간주나무와 아카시아나무 등으로 옮겨가며 숙성시킨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서서히 증발해 처음 거대했던 나무통은 숙성이 진행될 수록 작은 나무통으로 바뀐다. 이렇게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옛날, 모데나에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포도로 식초를 담가서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한다.

 

 

작은 나무통들로 가득 찬 숙성실. 독특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숙성실엔 작은 나무통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는데 발효, 숙성되는 향기가 상당히 독특했다. 나는 이것저것 잘 먹는 데다 숙성된 음식들도 잘 먹는 편이라 괜찮았는데 함께 견학하던 외국인이 비위가 약한지 숙성실에 들어오자마자 속이 뒤집히고 울렁거린다며 결국 견학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버렸다.

숙성실에선 3년, 5년된 발사미코 외에도 숙성기간이 30년이 넘은 식초도 맛볼 수 있었는데 은은한 향과 감칠맛이 끝내줬다. 식초인데 신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달콤한 감칠맛만이 입안에 남았다. 에고,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걸 맛보지 못하다니. 사람의 취향과 입맛은 제각각이라지만 그래도 발사미코에 관심이 있으니 왔을 텐데 아까 그 사람은 이 맛을 보지 못해 얼마나 아쉬울까 싶었다.

 

 

엄청 오래된 통들은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조금씩 식초가 샌다고 했다. 공기를 완전 차단하는 와인과 달리 식초는 뚜껑을 열고 위에 하얀 천을 덮어서 숨 쉴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접했던 달디단 발사미코들은 대개 식초에 설탕을 넣고 졸여서 달게 만든 발사믹 크림들이 대다수였는데 설명을 들으니 모데나 지역의 전통 발사미코들은 절대 포도 이외에는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캐러멜이나 설탕 등 다른 재료가 있다면 그것은 모데나의 발사미코가 아니라고. 진정한 단맛은 오로지 시간의 힘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파르마에 이어 모데나까지, 자신들이 만드는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런 전통을 이어가며 품질을 유지하려는 지역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탈리아의 슈퍼에 파는 식재료들이 새삼 눈에 더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치즈코너에 가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같이 생긴 치즈들은 보니 과연, 숙성 개월 수도 다르고 인증을 받은 것과 아닌 것들이 있었다. 식초 코너의 발사미코들의 포함성분을 보니 포도 외에도 이것저것 다른 첨가물을 넣은 이름만 ‘발사믹 식초’인 것들도 꽤 눈에 많이 띄었다. 역시 뭘 알아야 보인다더니.

 

 

숙성연도가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의 식초들을 시음할 수 있었다. 각각 맛이 다 다른 것이 신기하다.
파르마의 햄을 사용해서 만든 직접 만든 피자. 모데나에서 사 온 람부르스코 와인도 곁들였다.

 

모데나를 상징하는 깃발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고 한다. ‘아비아 페르비아(Avia Pervia).’ 라틴어로 ‘아주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들라.’라는 뜻인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봐온 치즈며 햄, 식초를 만드는 것은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어 보였다. 순수한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굳이 어려운 방법을 택해서 만들어 내는 것 또한.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좋은 품질의 재료를 손쉽게 사서 쓸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모데나와 파르마, 볼로냐는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탈리아 여행루트에선 아쉽게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푸드러버라면 꼭, 이 지역을 방문해 맛있는 식재료와 음식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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