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여행, 햄버거와 미니어처 원더랜드의 도시!

함부르크, 이름만 들어도 ‘햄버거’가 연상되는 독일의 도시. 햄버거 기원에 대한 설은 분분했지만 일단 정설은 기마민족인 타타르족이 먹던 음식을 응용하여 독일 사람들이 뭉친 육회를 불에 구워 스테이크처럼 먹은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이후에 독일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햄버그스테이크가 퍼지기 시작했는데 이름도 ‘함부르크식의’라는 뜻으로 ‘햄버거(Hamburger)’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햄버거’는 미국의 한 박람회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요리사가 너무 바쁜 나머지 그냥 고기 대신 햄버그스테이크를 빵 사이에 넣어 낸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함부르크에서 유명한 햄버거 체인 짐블록(JIM BLOCK)
다른 미국 체인들보다 확실히 맛있었다. 빵이 바삭하면서 촉촉하고 패티도 두틈하니 육즙이 가득했다.

 

결국, 햄버거는 미국 요리라는 얘기지만 그래도 함부르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의 원조, 발상지, 그런 곳인데! 하지만 함부르크는 햄버거의 어원이 된 도시치고는 생각보단 햄버거집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독일 내 다른 도시보단 많은 것 같긴 했지만. 우리나라 같으면 ‘원조 햄버거집’ , ‘진짜 원조 햄버거집’, ‘원조 뚱뚱이 햄버거집’ 등 진짜 원조가 누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햄버거집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함부르크 사람들은 그다지 햄버거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럴 만도 한 게, 함부르크는 독일 안에서도 잘사는 도시로 손을 꼽는 곳이라고 한다. 엘베강의 하구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옛날부터 교역의 중심도시로 발전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잘나가던 시기엔 함부르크 안에만 맥주 양조장이 600여 개나 있었을 정도라니! 지금은 한자동맹 시기의 영화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잘사는 도시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이곳저곳 많은데 햄버거에만 집중하긴 아쉬웠겠지.

 

 

함부르크 역. 오가는 사람이 많아 항상 북적였다.
중앙역 앞의 호스텔. 주변 치안은 조금 걱정되었지만 방은 넓고 깔끔했다.

 

함부르크에 도착한 날은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도시 전체적으로 숙소비가 비싼 편이라 중앙역 앞의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화장실이 딸린 프라이빗 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방 크기는 넓고 쾌적했다. 하지만 중앙역 앞이라 그런지 근처 골목들이 약간 음침하고 후미진 느낌을 지우긴 어려웠다.

함부르크에 머무르는 기간은 2박 정도. 유럽은 ‘솅겐조약’이라는 국가 간의 조약이 있어 이동이 편리한 편이다. 하지만 국경마다 출입국수속을 하지 않는 간편함 대신 유럽국가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90 일만 머무를 수 있는 까다로운 조항이다. 덕분에 정해진 기간 내에 기차 패스를 쓰면서 유럽여행을 계획해야 했기 때문에 일정을 짜는데 골머리를 썩였다. 길어야 2박, 보통 1박씩 하는 일정 때문에 몸은 축나는 데로 축나고… 대학생 때 배낭여행도 이렇게 힘들게 안 했던 것 같은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더니…

 

 

일기예보와 달리 쾌청하고 맑은 날씨.
성 페트리 교회 (St. Petri Kirche) 교회 안은 별다른 장식이나 꾸밈은 없었다.
함부르크 시청. 견학코스도 있어 시청 안을 볼 수 있다.
함부르크의 상징이 새겨진 방패를 들고 있는 사자

 

함부르크의 일기예보는 내내 흐림이었는데 다행히 하루를 온전히 관광으로 보낼 수 있는 날은 해가 쨍쨍, 완전 날이 좋았다. 주말이라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이 많았는데도 함부르크 사람들도 이렇게 맑은 날은 오랜만이라는 듯 모두 밖에 나와 산책을 하거나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중앙역앞의 숙소를 나와 거리를 따라 중심부로 들어갔다. 시내 중심부엔 시청사와 성 페트리 교회가 있는데, 고풍스러운 건물을 개조한 스타벅스도 있었다.

 

 

도시에 운하가 많아 꼭 베니스 같단 생각을 했다.
알스터 호수(Alster Lakes) 중앙역 근처에 있어 도보로 찾아가기 편하다.

 

하지만 ‘함부르크 관광’이라고 할 만큼 역사적 건물이나 장소가 적은 편이다. 세계 2차대전과 한 번의 대화재로 건물들이 무너지고 불타 없어져 버렸기 때문. 하지만 그 덕분에 시내 정비를 다시 할 수 있었고 지금과 같이 반듯하고 넓찍한 길들로 함부르크를 산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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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쳐 원더랜드(Miniatur Wunderland)
미니어쳐 원더랜드를 방문한 국가와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우리는 그래서 함부르크에선 굳이 박물관이나 역사적 유적을 찾아가진 않기로 했다. 하루밖에 없는 짧은 시간을 투자하기로 한 곳은 ‘미니어처 원더랜드(Miniatur Wunderland)’. 여행 정보 사이트에서 함부르크에서 갈 곳을 찾아보는데 유난히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었다. 미니어처를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가 되었지만 관람객들의 평가를 보니 더더욱 기대되었다. 저렴하지 않은 입장료(1인당 15유로)였지만 아낌없이 투자해 입장 했다.

 

도시의 형성을 보여주는 미니어쳐 중 일부. 헤드폰이 비치되어 있어 도시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세계 2차 대전 중의 도시. 하켄크로이츠는 지워져있다.
유대인들을 끌고가는 장면. 독일을 여행하다보면 자신들이 세계 2차대전의 전범국이라는 반성의식이 짙게 깔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490㎡의 공간에 무려 26만 개의 피규어가 있는 미니어쳐 원더랜드는 독일 도시의 발전부터 중부 독일, 함부르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스칸디나비아 등의 여러 도시를 미니어쳐로 재현해놓았다. 내가 방문했을 땐 이탈리아코너는 공사 중이었는데 현재는 새롭게 이탈리아, 베니스, 미래 도시의 코너가 생겼다. 새로운 코너를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가도 또 가도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큰 기대 속에 방문한 미니어쳐 원더랜드는 상상 이상이었다. 어쩜 그렇게 정교하면서 깜찍한지! 그저 도시의 모습만 재현해놓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재현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미니어쳐를 들여다보면 온갖 천태만상이 녹아있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잊지 않은 유머센스까지. 코믹한 피규어들을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난 일이었다.

 

 

실제로 있었던 DJ BOBO의 Fantasy 공연을 재현한 미니어쳐
미니어쳐 월드는 일정한 간격으로 낮-밤이 바뀐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항이라는 Knuffingen Airport. 바로 이 미니어쳐 월드에 있는 공항이다. 주기적으로 비행기가 이착륙을 반복한다.
중간에 공항에 문제가 생겼었는데, 관리자가 나와서 바로 고쳤다.
중간중간 귀여운 포인트 중 하나였던 토끼학교. 토끼들은 색상차트를 배우고 있었다.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하던 미니어쳐 원더랜드

 

아무래도 테마파크니까 아이들이 많겠지,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더 많았고 더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피규어들을 보면서 저 상황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상상도 하고, 여행했던 곳들이 나오면 ‘아 저기! 저기!’하면서 아는 척도 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푸욱 빠져 구경했다.

 

 

항구를 비추는 노을.

 

미니어쳐 원더랜드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파랗던 하늘은 이미 노을이 짙게 깔려 다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항구가 있어서 별생각없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바다라고 생각했는데 강이었다. 그만큼 엘베강은 꽤 폭이 넓었는데 엘베강의 지하터널, 엘베터널을 통해 걸어서 건널 수 있다길래 한 번 건너보기로 했다. 24미터의 깊이를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 강 밑바닥 426미터를 걸어서 통과하면 엘베강의 반대편에 도착한다.

1907년 착공해서 1911년에 완공되었다는 터널은 생각보단 약간 음침하고 투박한 모습이었지만 자전거를 이용해 건너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배낭을 멘 학생들등 여러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게다가 터널 안은 꽤 시원해서 여름엔 피서 차 산책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해저터널이라도 옆에 강 속이 보이는 것은 아닌 데다 그냥 뻥 뚫린 터널일 뿐이지만 강 밑을 걸어서 건넌다니 색다른 느낌.

 

 

엘베터널. 아래로는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면 된다.
엘베터널은 그냥 쭉 뻗은 터널일뿐이지만 강 아래를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터널을 나와보니 아까까지 있던 곳이 강너머로 멀리 보인다.

 

터널을 나오니 아까까지 있었던 장소가 까마득히 멀어 보인다. 번화한 강 건너보단 차분한 느낌이지만 공원이 있어 건너편 시내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우리도 잠시 서서 건너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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