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레멘 여행, 소원을 들어주는 당나귀 ‘브레멘 음악대’와 함께!

‘유럽’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로맨틱한 연인들의 도시 파리, 검투사들의 싸움이 벌어질 것만 같은 역사적 도시 로마 혹은 뒷골목 어디선가 탐정이 등장할 것 같은 런던… 이런 것들이 아닐까? 내게는 특히 어린 시절 부터 꿈꿔오던 곳들이 있었는데 동화의 배경이 되는 독일 도시들이 로망 중 한 곳이었다. 동화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도시, 브레멘(Bremen). 동물들에게도 음악대에 들어올 기회를 주는 그런 관대한 도시라면 왠지 귀엽고 아기자기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브레멘 중앙역 근처에 있던 숙소에서 보이던 풍경. 날씨와 더불어 삭막하게만 보인다.

 

하지만 브레멘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 약간, 그 기대감은 무너졌다. 너무나도 도시적인 느낌에 역 근처에서 보이는 허름한 모습들. 게다가 날씨까지 흐려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별 생각 없이 동화의 배경이라고 동화적인 아기자기함이 있는 곳 일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브레멘은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도시 중 하나로 예전부터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우중충한 날씨와 더불어 도시에 군데군데 있는 공장 굴뚝들이 눈에 띄었다.

 

 

맥주 ‘벡스(BECK’S)’를 만드는 브루어리
맥주 양조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브레멘의 첫인상이었지만 브레멘에 온 또 다른 이유가 있으니까! 그곳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목적지는 바로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 중 하나인 ‘벡스(BECK’S)’ 공장. 맥주를 좋아하는 내게는 꼭 가봐야 할 방문지 중 하나인 곳이다. 여행하면서 여러 나라의 브루어리를 방문해봤는데 작은 규모의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가 아닌 이상 대개의 견학코스는 비슷했다. 뭐, 맥주 만드는 방법이 나라마다 다른 것도 아니니까. 벡스 역시 벡스의 홍보영상을 보여주고 어떤 재료를 얼마나 깨끗하게 쓰고 우리가 이렇게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품질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견학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항상 비슷한 견학코스를 감내하면서도 와볼 만한 이유는 맥주 시음 때문이 아닐까! 공장에서 갓 만들어진, 신선한 생맥주! 벡스는 글로벌 브랜드라 여러 나라에도 수출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초록색의 캔 말고도 ‘하케벡(Haake Beck)’이라는 로컬맥주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맥주의 나라 답게 시음할 수 있는 맥주의 양이 짜지 않았다. 다른 양조장에서는 대개 한 잔, 조금 더 주면 두세 잔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여기서는 모자라면 더 달라고 얘기하라고 할 정도로 아주 후한 인심이 돋보였다. 역시, 맥주하면 독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제법 펍같은 느낌도 들고 좋았다.
평소에 마시던 벡스 맥주(좌)와 브레멘에서만 맛볼수 있다는 하케벡(우)
신제품으로 출시예정이라던 맥주들.

 

술이 들어가면 조금씩 말문이 트이기 마련. 견학하는 내내 약간 서먹서먹했던 관람객들끼리 테이블에 마주 앉아 시음을 하면서 조금씩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견학하는 내내 뽀글머리 가발을 쓰고 허리에 축구공을 묶고 있던 남성이 있는 무리가 신경 쓰였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스웨덴에서 온 총각파티 그룹이었다. 곧 결혼할 친구의 허리에 축구공을 묶어놓고 뻥뻥 차면서 못살게 괴롭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음장에서도 왁자지껄 맥주를 거나하게 마시는 것을 보니 아마 독일 여행 중에 제대로 맥주를 마시고 갈 듯싶었다. 이래저래 활기찬 시음 분위기에 관계자도 맛보라며 (원래 주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새로 나올 신제품도 시음할 수 있었고 꽤나 유쾌한 분위기로 공장 견학을 마쳤다.

 

 

베저강을 건너 구도심으로 들어가는 길. 뾰족뾰족한 교회의 첨탑들이 보인다.

 

오전에 공장견학을 하고 맥주가 들어가서 약간 업 된 상태로 오후엔 브레멘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듣기로는 시내가 크지 않아서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고 들었다. 베저강을 건너 브레멘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순간 나타난 마르크트플라츠(Marktplatz)의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었다.

동화의 도시, 이거 맞잖아? 한자동맹으로 번성하던 그 순간을 박제해놓은 듯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한 광장의 풍경은 벽돌색만큼이나 진하게 마음을 물들여버리는 듯 했다. 게다가 도시 곳곳에 위트있게 설치되어 있는 동상들은 동화 속에 나올법한 건물들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마르크트플라츠로 들어가는 길, 왼쪽의 시청사가 화려하다.
도시를 지키고 있는 자유의 상징, 롤란트 동상(Bremer Roland)
고딕양식이 돋보이는 시청사(Bremer Rathaus)

 

마르크트플라츠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롤란트 동상은 이 도시를 수호하는 존재라고 한다. ‘자유’를 상징하는 롤란트 동상은 독일의 다른 도시에도 여러 군데 있지만, 브레멘에 있는 동상에 좀 더 의의가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예전 상인들의 거리를 재현해두었다는 뵈트허거리(Böttcherstrasse)는 약 100m의 짧은 길이지만 아름다운 거리였다. 거리 하나가 통째로 동화 속 세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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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했던 한 커피상인이 사들여 아르데코 양식으로 꾸몄다는 뵈트허거리(Böttcherstrasse).

 

건물들이 벽돌이고 고풍스러워 보여 중세시대의 골목이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커피무역을 했던 한 부유한 상인이 이 골목의 건물들을 사들여 아르데코 양식으로 꾸민 것이 바로 이 거리. 1900년대 경에 조성되었다고 하니 그래도 벌써 100년 남짓 시간이 흐른셈이다.

 

 

뵈트허거리에 있는 건물들에 대한 설명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동상. 고양이 아래의 수족관은 설마했는데 진짜였다.
30개의 포슬린 종이 달린 건물에선 정오부터 오후6시까지(4월부터 12월까지, 1월부터 3월까진 정오, 오후3시, 오후6시) 종소리가 울리며 벽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유명한 위인들의 조각을 보여준다.
2개의 건물 꼭대기를 이어서 달린 것이 바로 포슬린 종, 카리용(Carillon).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인데 남편이 뵈트허거리를 가자고 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간 아름다운 포슬린 종소리와 함께 벽 한켠이 돌아가며 유명한 위인들의 조각을 보여주는 일종의 공연(?)이 있다고 했다. 브레멘 음악대에 치우쳐 알아보지 못한 정보였는데 역시 이럴 땐 두명이 여행하는 것이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사람이 놓친 정보를 다른 한사람이 알고 있으니까.

마지막 시간의 공연이기도 하고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와 함께 실로폰처럼 아름답게 울리는 30개의 카리용의 연주를 들으며 조촐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많진 않았다. 공연이라고 해야할지, 인형극이라고 해야할지, 마치 정각에만 얼굴을 보여주는 뻐꾸기 시계의 인형들 마냥 정각에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벽면은 여러 위인들과 그들을 상징할만한 그림들을 보여주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감쪽같이 원래대로의 벽으로 돌아간다.

 

 

해가 진 저녁의 마르크트플라츠. 조명이 들어와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한다.
중앙역으로 가는 길, 강가에 있는 공원의 풍차
브레멘 음악대의 동상. 당나귀의 다리를 잡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여 당나귀의 다리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카리용의 공연을 듣고 해가 지자 아름답게 조명을 밝히는 마르크트플라츠에 서서 빙 둘러보고 있으니 짧게 브레멘에 머무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다음엔 날씨 좋을 때, 꼭 브레멘에 다시 와봐야지. 광장을 살짝 돌아 있는 성모교회 앞의 <브레멘 음악대> 동상 앞에 섰다. 그러고보니 <브레멘음악대>의 동물들은 결국 브레멘 구경은 못해본 것 같은데. 동화에 따르면 브레멘에 오던 길에 한 오두막을 발견하고 거기서 자기들끼리 오손도손 사는 것으로 끝났던 것 같다. 브레멘엔 와보지 못한 당나귀지만, 그래도 자기가 원하던 행복을 얻었으니 효험이 있겠지. 브레멘에 다시 돌아와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당나귀의 두 다리를 꼬옥 잡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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