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 두번째 이야기 – 반짝반짝 빛나는, 두브로브니크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행지

‘와… 진짜 예쁘다!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 두브로브니크’

밤을 꼬박 새면서 버스를 타고 온 덕분에 기진맥진해진 우리는 일단 재충전을 한 뒤에 두브로브니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갈 때 쯤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붉은 빛의 따스한 햇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창 밖으론 저 멀리 파란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나뭇잎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잠을 자러 돌아가는 새소리가 어우러져 들렸다. 좁은 버스 안에서 쭈그려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창 밖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해가 지기 전에 어서 나가봐야지!

 

더 늦어져 하루를 이동과 잠만으로 소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혹자는 두브로브니크가 너무 아름답기에, 두브로브니크를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부르며 여행의 마지막에 보기를 권한다. 두브로브니크가 너무 아름답기에 이 도시를 먼저 보고 다른 도시를 보게 되면 너무 시시하다고. 그러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될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긴 여행의 중간에 크로아티아란 나라를 들렸을 뿐이고 전체적인 여행의 흐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두브로브니크를 크로아티아 여행의 첫 도시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크로아티아란 나라를 소개 받고 가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거의 모든 이미지는 두브로브니크 였기 때문에 나의 관심과 기대는 자연스럽게 두브로브니크에만 집중되었다.

 

 

필레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
구시가의 성벽 문에 다다르기 전에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생각한 것보다 별로여도 실망하지 말자.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른 것이니까!’

여행이 약 180일 정도 이어지면서 나는 점점 새로보는 것들에 심드렁해져가고 있었다. 동남아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스템과 익숙한 문화, 비슷비슷한 관광지 풍경에 무뎌져가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의 필레게이트를 지나 반짝반짝한 플라차대로의 대리석 바닥으로 한걸음 내딛는 순간, 나는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까맣고 푸른 밤하늘 아래 눈부시게 하얀 대리석 건물들 사이로 얼마나 많은 세월의 발길이 닿았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반질반질하게 닦인 대리석 바닥이 눈 안으로 가득 들어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플라차 대로의 모습

 

오직 그 길 뿐, 눈에 더 이상 들어오는 것은 없었지만 마치 내가 신데렐라가 되어 유리구두를 신고 무도회장에 첫 발자국을 내딛은 것만 같이 아찔한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던 플라차대로의 풍경 때문에 우리는 그 날 밤, 숙박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좀 더 빠르게 두브로브니크부터 크로아티아를 훑으면서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를 좀 더 즐기고 싶었다. 유럽여행 중 쉥겐협정에 가입한 나라들을 여행할 땐 총 90일 밖에 머무르지 못하기 때문에 날짜 계산을 해가며 촉박하게 여행을 해야만 해서 하루하루가 다급하고 쫓기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그 날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나 마음이 느긋해졌다. 더군다나 이 풍경을 보니 좀 더 차분하게 즐기고 싶어졌다.

 

 

이 풍경 속에 녹아 들어가고 싶었다.

 

‘두브로브니크 숙박 팁, 여행하기 편한 구시가지 근처에 묵기를!’

우리가 머무르고 있던 숙소는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원시원했지만 약간 경사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장이라도 보러 다녀오려면 언덕을 내려갔다가 한참 올라와야만 했다. 대부분의 쇼핑 시설이 항구 근처에 몰려있어서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물이라도 사오는 날이면 가다 쉬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구시가를 가려고 해도 15분 정도는 걸어가야만 했는데, 구시가도 바닷가에 위치했기 때문에 산중턱에 있던 우리 숙소에선 한참 계단을 내려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는 오르막길을 헉헉 거리며 올라와야 했다. 

 

 

꼬마숙녀에게는 너무나 벅찬 오르막 길. 매일 아침 이렇게 다니는거니?

 

그 뒤로, 친구들이 우리에게 두브로브니크 숙박에 대한 팁을 물어올 때면 나는 무조건 뷰는 포기하고 구시가 안에 있는 숙소에 머무를 것을 권했다. 우리야 장기 숙박에다가 저렴한 곳을 고르다보니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었지만, 대부분 두브로브니크는 1-2박 정도에서 그치는데, 접근성이 좋고 편한 곳이 완전 시간 절약하고 체력 아끼는거지 뭐!

두브로브니크는 산 비탈에 바다를 바라보며 마을이 형성되어 좀 높은 곳에 있는 집들은 시원시원한 바다뷰에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기도 하는데, 그 말인즉슨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꽤나 많은 계단을 걸어올라가야 함을 의미한다. 두브로브니크는 좁은 도로가 많아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도 많아 간혹 어떤 곳은 온전히 두 발로만 짐을 짊어지고 올라가야만 하는 곳도 있고 주차를 할 수 있더라도 더러는 숙소와 많이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에 반해 구시가 안의 숙소는 다닥다닥 붙어 있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조금 아쉽더라도 바로 관광지로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았다. 시원한 바닷가 풍경은 어차피 하루 종일 관광하면서 계속 볼테고, 숙소는 밤에 잠을 자러 들어갈꺼니까… 항상 친구들에겐 나의 추천은 ‘무조건 구시가 근처!’.

 

 

구시가 근처에 묵는다면 관광지에 금방 도착할 수 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렇다면… 10일이나 두브로브니크에 있는데 뭘 해야할까? 두브로브니크는 작은 도시여서 시내 버스 승차권이 포함된 ‘두브로브니크 카드’ 하나면 두브로브니크 관광은 알차게 돌아볼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 카드는 1일권, 3일권, 7일권이 있었는데 카드 혜택은 동일했고 다만 들어있는 버스 승차권의 혜택이 조금 다른 정도였다. 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이나 갤러리,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대부분 구시가 지역에 몰려있었지만 승차권을 이용해서는 두브로브니크 시내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었는데 시내 버스가 배차 간격은 드문드문 이긴 했지만 곳곳을 연결하고 있어 두브로브니크 서쪽 끝에 있는 라파드(Lapad)라는 동네와 동쪽 끝에 있는 차브타트(Cavtat)라는 동네도 버스를 타고 다녀올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의 서쪽에 있는 라파드(Lapad)지역.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라파드의 해변. 여름이면 파라솔이 즐비할 해변. 이른 봄이라 조금 쓸쓸하게 느껴진다.
구시가의 ‘부자카페’도 유명하지만 라파드에도 해안에 바로 인접한 카페들이 있다. ‘Cave Bar’라고 부르는데 독특한 분위기였다.
두브로브니크의 동쪽 마을, 차브타트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차브타트는 버스를 타고 갈 때, 두브로브니크 카드에 포함된 승차권으로는 갈 수 없고 따로 표를 끊어야 한다.)
차브타트 가는 길의 풍경. 차브타트도 매우 한적하고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마을이었다.

 

그 외에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당일치기로 인접국가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Mostar)’를 다녀올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자동차를 빌려 다녀오거나 투어를 해야만 해서 비용이 좀 부담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여행하면서 왠만하면 ‘언제 또 다시 오겠어’ 하면서 대부분 경험해보고, 가보고, 보려고 하는데도 사실 예산의 문제 때문에 항상 이렇게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가 종종 있다. 이미 돈을 들여 여행을 떠나왔지만 또 추가 비용이 드는 이런 투어의 경우는 아무래도 많이 망설여진다. 모스타르도 많이 예쁜 도시라고 들었는데 또 보스니아에서 모스타르만 보기에도 아쉬울 것 같아 보스니아를 포함한 근처 도시들은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며 아쉽지만 포기했다.

이렇게 또 예산 문제 때문에 종종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외식’ 이다. 보통 호텔에 묵기는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주방이 딸린 아파트먼트 형 숙소가 대세라서 다행히 식사를 숙소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외식을 하는게 편한데다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숙소에서 식사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서 식문화를 체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침 시간에 열리는 두브로브니크의 시장. 신선한 야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생선들… 어떻게 조리해 먹는거지?

 

두브로브니크에는 항구 근처에 아침에 시장이 열려서 신선한 야채와 물고기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에만 열기 때문에 서둘러 다녀와야 하긴 하지만 슈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생선이나 해산물을 구입해서 먹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슈퍼에서 보지 못한 크로아티아의 전통 치즈도 팔고 있었고. 아저씨가 시식을 권하셔서 먹어보고 독특한 맛이라 생전 처음 보는 모양으로 생긴 치즈도 사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주로 생선이나 해산물, 야채 등을 구입한다면 콘줌(Konzum)이나 토미(Tommy)같은 슈퍼마켓에서는 공산품이나 고기 등을 사서 요리해 먹었는데, 체바치치(Cevacici) 같은 동유럽 지역에서 많이 먹는 소세지들도 팔고 있어서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검색하여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기도 했다.

 

 

언제나 눈부시게 반짝반짝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플라차대로.

 

아침이면 북적이고 활기가 넘치던 시장, 매일 기웃거리던 슈퍼마켓, 계단을 한참 내려가서야 만날 수 있었던 필레게이트, 항상 사람들이 앉아있던 필레게이트 앞 분수대… 그리고 반짝반짝 하얗게 빛나던 플라차대로…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따뜻하고 밝은 기억들로 가득해서 항상 생각하면 기분이 좋은 도시다. 누군가가 그랬지. 두브로브니크가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처음엔 반신반의했고 기대감에 혹시나 실망할까봐 기대하지 말아야지,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두브로브니크가 맞다고. 내 기억 속의 반짝반짝 빛나는,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 인기 호텔 보기!

 

위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 크로아티아 여행, 다른 이야기 보기
크로아티아 여행, 첫번째 이야기 – 총성이 울리는 위험한 곳?
크로아티아 여행, 세번째 이야기 –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흐바르
크로아티아 여행, 네번째 이야기 – 활기찬 축제의 도시,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여행, 다섯번째 이야기 – 일몰의 도시 자다르와 크르카 국립공원
크로아티아 여행, 여섯번째 이야기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호수따라 걸어볼까?
크로아티아 여행, 일곱번째 이야기 – 이스트라를 즐기는 3가지 방법
크로아티아 여행, 여덟번째 이야기 – 붉은 하트의 도시 자그레브와 실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