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 첫번째 이야기 – 총성이 울리는 위험한 곳?

“난 다음엔 꼭 크로아티아에 가보고 싶더라.”

그 당시 나는 막, 여행의 묘미에 눈을 뜬 때 였다.
이전까지는 ‘여행이란, 고생하지 않는 것’이라는 스스로의 방침 아래 언어가 통하는 곳, 깔끔한 곳, 교통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만 여행을 했었다. 그래서 출장으로 필리핀과 태국을 가게 되었을 때 얼마나 가기 싫었는지 모른다.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문화 속으로의 여행. 말은 통할까?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화장실은 어떡하지? 하지만 한 발짝 내딛어보니 지금까지 내가 거부했던 낯선 문화의 충격은 매일매일 새로운 즐거운 경험이었다. 온 몸이 짜릿짜릿했다.

그 때 느꼈던 것 같다. ‘아! 또 다른, 다양한 장소에 가보고 싶다!’ 그런 이유로 여행 좀 했다는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잡고 여행지 추천을 받고 다녔었다. 크로아티아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동남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만난 사람은 내게 ‘크로아티아’라는 TV에서도 가끔 들을까 말까, 하는 생소한 나라를 추천했다.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의 이미지를 몇 개 검색해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나는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이미 알고 있었다. 흑백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뉴스 앵커가 덤덤하게 설명하는 영상 속의 성벽에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때 우리도 라면을 사재기 해놔야 한다, 물을 사놔야 한다는 둥 소란이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저런 것이 바로 ‘전쟁’인가, 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일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파아란 아드리아해와 고풍스러운 로마시대 유적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쁜 풍경으로 유럽사람들의 신혼여행지로서 각광받고 있다고 하니 내 어린 날의 기억만큼 어두침침한 것 같지는 않다. 나도 한국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며 크로아티아(특히 두브로브니크)를 신혼여행 후보지 중 하나로 저장했더랬다. 하지만 그 땐 이렇게 긴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지! 퇴사를 하고 배낭신행을 떠나게 되면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난 크로아티아에 가볼꺼야!

 
“그런데 거기 밤이면 총성이 울리고 유혈이 낭자한 그런 곳 아니야?”
 

내가 크로아티아에 가겠다고 하니 남편 왈, 벽에 총알 자국이 낭자하고 비밀경찰들이 통제하는 무서운 나라 아니냐며 가기 싫다고, 무섭다고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런 이미지는 90년대로 끝이라고. 구글에서 크로아티아 이미지를 검색해주며 이렇게 예쁜 곳인데 총성이며 유혈사태가 뭔 말이냐고 한참을 웃었다. 어설픈 편견으로 동남아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던 내가 이젠 이런 여유도 생겼네.

 

 

부다페스트에서부터 6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기차역

자정무렵의 썰렁한 자그레브 버스터미널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대개 비행기를 타고 환승을 1회 해서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에 도착할 수 있지만 우리는 헝가리에 있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에서 자그레브까지 6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만 했다. 저가항공을 타면 될 일이었지만 경비를 아끼기 위해선 어쩔수가 없었다. 이제는 자그레브의 버스터미널에서 두브로브니크 행 야간버스를 타고 10시간을 달려야 한다. 6시간의 기차여행도 고역이었는데 그보다 더 좁은 좌석에 앉아 10시간이라니, 온몸의 근육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다.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10시간여를 달릴 고속버스. 자리표를 구매했지만 아무데나 앉아도 되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로 막 넘어와서 크로아티아의 물정에 어두운데 설상가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았다. 버스티켓을 샀지만 좌석은 지정석이 아니어서 따로 좌석을 구매 했는데 막상 사람들은 아무데나 앉았고 화물칸에 싣는 짐은 한 개 당 짐값을 따로 받았다. 게다가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화장실을 가려했더니 아예 지하철처럼 돈을 넣어야 들어갈 수가 있는 개찰구가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거야 원, 뒷골목에 총성은 울리지 않았지만 사람들 태도가 영 쌀쌀 맞은게 괜히 마른 침을 여러번 꿀꺽꿀꺽 삼키게 되었다.

자그레브를 벗어난 새벽녘의 도로는 가로등 하나 켜진 것 없이 깜깜했고 적막이 흐르는 버스 안은 쉽게 잠이 들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유럽에서 탔던 버스들과 다르게 우리가 탄 버스는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내내 큰 정류장, 작은 정류장 할 것 없이 오만가지 정류장을 다 들려 사람들을 내리고 태웠다.

 

 

중간의 휴식지점, 새벽녘의 스플리트. 차가운 새벽공기와 어두운 항구의 분위기 덕분에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결국 버스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자그레브에서 출발할 때는 빈좌석 없이 만석으로 꽉꽉 채워 출발 하길래 이 많은 사람들이 두브로브니크까지 같이 가나 싶어 좌석도 뒤로 젖히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 불편하게 있었는데 어느 지점을 지나고 나니 버스에 새로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아져서 버스 안은 꽤 한산해졌다. 동이 틀무렵, 버스는 어느새 해변도로로 진입했는지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온통 까매서 산과 들, 바다의 경계가 모호하던 풍경은 동이 트기 시작하자 서서히 파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둡고 음산하게 경직되어 있던 마음은 반짝반짝 빛나는 크로아티아의 풍경을 눈에 담기 시작하자 따뜻하게 노곤노곤 풀리기 시작했다.
 

 

밤이 지나고, 동이 트자 보이는 크로아티아 해변가의 예쁜 풍경들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맑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의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에는 오전 10시즈음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로 황량한 듯 무덤덤하게 서 있는 돌산이 보였다. 10시간 동안 긴장해서 한숨도 못잔데다 그리 안락하지 않은 좌석 때문에 몸이 쑤셔서 따뜻한 햇빛 아래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쭉쭉 펴고 한숨 자고 싶었다.

처음엔 아침 일찍 도착해서 숙소까지 어떻게 가야할까 고민했는데 우리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자 다행히도- 숙소주인이 아침일찍 체크인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른시간에도 불구하고 버스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왔다. 자기도 학생 때 집에 올 때마다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10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녔다며 ‘그 버스 타면 피곤하지-‘라고 오히려 우리의 컨디션을 걱정해주기까지.

두브로브니크의 가슴 탁 트이는 풍경과 함께 처음 제대로 말을 섞은 크로아티아 사람의 친절함 덕분에 어두웠던 마음은 내 눈 아래로 보이는 주황빛의 지붕색 처럼 따뜻하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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